한 목소리로 "지위 고하 막론하고 엄중 처벌" 요구


▲ '리셋 KBS 뉴스9'에서 공개한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문건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민간인 사찰을 주도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관계 인사와 언론사, 노동조합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사찰을 해온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에 12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정국에 파장이 예상된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KBS 새노조는 30일 새벽 자체적으로 제작 방송한 '리셋 KBS 뉴스9'을 통해 총리실의 사찰 문건 2619 건을 단독 입수한 사실을 전하며 이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총리실 사찰은 총리실 사찰은 전·현직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 재벌, 야당 정치인, 대학 교수, 노동단체 등 사회 전부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선적으로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광식 전 조폐공사 감사, 충남 홀대론을 제기했던 이완구 등 노무현 정부때 임명된 공직자와 공기업 임원에 집중 됐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신임을 받았던 고위공직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KBS 새노조 측은 어청수, 강희락 전 경찰청장, 조현오 현 경찰청장의 복무보고서와 장수만 전 국방차관, 윤여표 전 식약청장, 최성룡 소방방재청장에 대해서도 사찰을 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고, 윤장배 전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류철호 전 도로공사 사장 등 공기업 사장들도 감찰 대상이었으며 지방 총경급 백여 명에 대한 인사파일과 전.현직 일선 경찰들의 모임인 무궁화 클럽에 대한 사찰을 입증하는 문건도 입수됐다고 폭로했다.

또 언론사 사찰을 통한 언론 장악에도 총리실이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장기화에 접어들고 있는 언론 노조의 파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사찰 보고서에는 방송사 노조의 성향 분석과 함께 임원 인사 및 경영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기록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9년 9월에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에 대해 검찰 항소를 건의하는 문구가 나타나 있었다.

특히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보고"에는 항목의 비고란에 청와대를 뜻하는 'BH' 하명이 언급돼 있어 이들 방송사 임원 인사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음을 증명했다. 또 이 항목은 3개월 뒤 작성된 문서에서도 발견돼 방송사 인사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이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KBS 새노조 측은 "총리실이 KBS 노조 성향을 분석하고 김인규 사장이 KBS의 색깔을 바꾸고 조직을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며 말했고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MBC 피디수첩'과 '한겨레 21' 편집장의 동향에 대한 문건도 있어 진보언론에 대한 정권 차원의 사찰이 광범위하게 있루어졌음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총리실의 노동조합에 대한 감시도 자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광우병 사태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병원에 붙였다는 이유로 서울대병원노조가 사찰대상에 올랐고 화물연대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도 총리실의 사찰망 안에 있었다.

총리실이 공직자들의 비위 사실이나 의혹들을 조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날 KBS새노조가 터뜨린 사찰 수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범위로 새노조 측은 "미행과 감시가 이뤄지고 도청이 아니면 파악하기 힘든 개인적 대화도 사찰 보고서에 나타나 있다"고 주장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총선 선거운동에 돌입한 시점에 터진 총리실 주관 민간인 사찰의 충격적 증거들이 총선 판국에 핵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불똥이 튈세라 여야는 재빨리 정부에 대한 맹비난에 나섰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박영선 MB 새누리 국민심판위원장이 민간인 사찰 자료들고 이명박 대통령 하야 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30일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소위 `윗선`이 있다면 그 윗선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저질렀던 민간인 사찰의 실태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민간인 사찰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면 안 될 것이며 관련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30일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지휘고하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며 "언론에 발표된 불법사찰 실상은 충격적이다. 조사 결과를 축소ㆍ은폐한 검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근 장진수 주무관의 폭로로 민간인 사찰 문제를 재수사하기 시작한 검찰의 행보에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의 부실·축소수사 비판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민간인 불법 사찰의 '자칭 몸통'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이날 오전 10시에 있었던 검찰 소환을 거부하며 "조사 준비가 필요해 오늘 출석할 수 없고, 대신 4월 2일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9 검찰에 소환됐던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은 오늘 새벽까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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