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선거에 악영향’ 노심초사…野, 일제히 총공세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오는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활동이 드러나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가 제작하는 '리셋 KBS뉴스'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사찰내역과 결과보고서 등이 담긴 문건 2천619건을 입수했다고 29일 밝혔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벌인 2천600여건의 사찰활동이 드러난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대상인 고위직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은 물론 정치인, 재벌총수, 언론계, 금융계 주요 인사 및 민간인까지 사찰한 것이 문건에 포함돼 있어 사찰활동이 전방위로 이뤄졌다는 것이 나타난 것.

문건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보고, 장ㆍ차관의 복무동향 기록과 함께 조현오 경찰청장, 어청수ㆍ강희락 전 경찰청장 등의 업무능력과 비위 의혹을 조사했다.

공직자에 대한 복무 보고서는 국정철학 구현, 직무역량, 도덕성 등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평가가 이뤄졌다.

경찰 내부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하위직 경찰들에 대한 동향 파악도 이뤄졌으며 전ㆍ현직 경찰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대한 사찰문건은 150건이나 있었다.

충남 홀대론을 제기하며 정권과 각을 세웠던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 이상득 의원에게 반기를 든 정태근 의원은 물론 정 의원과 만난 개인사업가 박모씨도 사찰 대상이 됐다. 또 서울의 작은 산부인과 이름도 문건에 올라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비자금 수사 이후 설립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화물연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동향 등도 감시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병원 벽보에 붙였던 서울대병원 노조도 감시 대상에 올랐다.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공기업 임원들도 사찰대상에 포함됐다.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등이 그 대상이다. 이들 대부분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 언론계에 대해서도 2009년 8월 작성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있는 등 'BH(청와대) 하명'으로 일을 했음을 보여주는 기록들이 문건에서 확인되고 있다.

2009년 9월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서는 '노종면 등 불법 파업 주동차의 1심 판결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검찰의 사건처리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YTN 배석규 사장에 대해서는 '취임 1개월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 등으로 평가했다.

KBS에 대해서도 노조의 성향 분석은 물론 김인규 사장에 대한 인물평가 등을 문건은 담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사생활을 밀착해 뒤쫓은 기록도 있다. 2009년 5월19일 사정기관의 한 고위 간부 사찰 문건에는 이 간부의 불륜행적이 분(分) 단위로 기록돼 있다. 이 간부가 내연녀와 같이 간 장소와 시간, 표정은 물론 어떤 말을 했는지도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이 간부는 사찰결과가 보고된지 2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30일 정치권은 뒤숭숭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4·11 총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현 정권의 도덕성과 관련해 치명적일 수 있는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선거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여야 모두 사건의 파장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우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게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의 실태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검찰은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로 민간인 사찰의 전모를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뜩이나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우려해 현 정권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현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 체제에서, 더 이상 어떤 식으로 대처해나가야 할지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이와관련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하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붓는 등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간 공천 및 경선 불복 논란 등으로 인해 지지율 하락을 겪으면서 다수당 전망도 불투명했던 야권으로서는 정권 심판론이라는 이슈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된 상황이다.

더욱이 그동안 야권연대를 향해 제기돼온 '색깔론'에 밀려 이슈에 끌려가는 모양새였지만, 다시 꺼내든 반값등록금과 함께 좀 더 파괴력이 큰 카드 하나가 더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야권은 이번 문건과 관련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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