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후 야권 '재벌개혁'은 피했지만 논란은 이제 시작


▲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0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재벌개혁' 3대 전략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난 19대 총선 결과에 재계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전방위로 밀어닥칠 재벌개혁 광풍을 일단 피했지만 아직 안도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새누리당 역시 개혁 의지에서 완전히 빗겨나 있는 것이 아닌데다 다가올 대선에서 어느 당의 후보가 승리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19대 국회가 문을 여는 6월 이후 정치권의 분위기가 갈수록 '기업 때리기'로 갈 가능성도 농후해 앞으로 재계는 이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포퓰리즘 법안 대선까지 이어질까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은 다소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중소기업 이익공유제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 재벌개혁에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재계는 새누리당의 승리로 야권연대의 전면적인 '재벌 해체론'이라는 광풍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총선 이후 12월 대선까지 선거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 재계의 고난은 끊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와중에 정치권은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체부터 경제민주화,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한미 FTA 폐기 등 표심을 얻기 위해 앞 다퉈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여러 공약을 제시했다.

이 점을 우려한 경제계 역시 뼈 있는 환영 목소리를 냈다. 경제 성장의 지속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면서도 그동안 선거 과정에 언급된 포퓰리즘적(대중영합적) 공약들을 재검토 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각 당은 이번 총선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며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통해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리 경제가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제기됐던 불합리한 공약들은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전했으며,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기업이 투자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미래성장동력산업의 육성에 진력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 감세,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시장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국회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총제·순환출자 제한·지주사 요건 강화 '첩첩산중'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 방지 ▲부당단가 인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시작하면 이 법안만으로도 재계는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또 민주통합당의 경우 오는 6월, 19대 국회가 열리면 곧바로 재벌개혁 관련 공약을 토대로 한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으며, ▲출자총액제한제 도입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요건 강화 ▲금산분리 강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강화 등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30대그룹을 해체해 3000여개의 중견 전문기업을 만들겠다는 '재벌해체론'은 민주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데다 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업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순환출자 금지이다.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를 용인해 줄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데, 아직 구체적인 안을 접하지 못한 재계로서는 전전긍긍일 수밖에 없다. 현재는 민주통합당이 3년간 유예한 후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 공약이 법으로 정해질 경우 삼성이나 현대차, 현대중공업, 롯데, 한진그룹 등은 기업 지배구조에 어쩔 수없이 손을 대야한다.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총수들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도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다. 민주통합당은 지주사의 부채 비율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 보유한도 역시 상장기업은 20%에서 30%로, 비상장기업은 40%에서 50%로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지주사 전환을 하려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수 일가가 그룹을 지배할 지주사를 만들고 이 지주사가 각 계열사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수십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해 언급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당초 예상과 달리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출자총액제한 금액을 순자산의 30%를, 통합진보당은 25%를 제시한 상태다. 통합진보당의 25%를 적용하면 현대중공업과 한화그룹 두 곳만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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