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라인, 탄탄한 선발진 구축으로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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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정세한 기자] 아직 시즌의 ¼도 지나가지 않은 시점이지만 올 시즌 야구판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의 예상과 전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상위권으로 예상한 팀들은 부진한 반면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팀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 돌풍의 중심에는 단연 넥센이 있다. 늘 이맘때쯤이면 순위싸움에서 뒤쳐지기 시작했던 넥센이지만 올해는 순위표 맨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넥센은 2007년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 수순을 밟게 되면서 재창단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 팀이다. 당시 KBO는 7개 구단으로 운영될지도 모를 위기감에 준비된 기업인지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못한 채 투자전문회사인 센테니얼에게 인수를 승인했다. 대기업이 아니다 보니 매년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한해 살림을 살아가기에도 버거웠다.

네이밍 스폰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매년 선수를 팔아 연명하기에 급급했다. 매년 당해 FA선수들보다 넥센의 선수 팔기 목록이 화두가 될 정도였다. 좌완 선발 트로이카, 핵심 불펜, 국가대표 외야수 등이 팀을 떠났다. 이로 인해 수많은 야구관계자와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 일쑤였고, 점점 한국 야구에서 사라져야 될 구단으로 인식이 되어갔다.

하지만, 올 겨울 넥센은 세간의 의구심을 일축시키는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LG로 팀을 옮겼다가 FA로 풀린 이택근과 해외파 특별 지명 김병현에게 각각 50억, 16억을 쓰며 ‘넥센답지 않은’ 과감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넥센이 또 무슨 꼼수가 있는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먼저 보냈다. 넥센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였고 일반적인 시선이였다. 이만큼 넥센에 대한 주위 평판은 이미 냉랭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넥센이 올해 달라졌다. 대기업의 따가운 눈총을 받던 ‘미운 오리새끼‘ 넥센은 그들을 상대로 보란 듯이 승승장구하며 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넥센은 지난 23일 LG를 이기며 팀순위 1위로 올라섰다. 24일 주키치에게 패하며 연승기록은 아쉽게 8연승에서 멈췄지만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시즌 초반 반짝 1위를 제외하면 구단 창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제 37경기만 치뤘을 뿐이지만 넥센은 분명히 지난해 넥센과는 다른 경기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그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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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원투펀치를 필두로 강력한 선발진 구축, 연패는 없다.

지난해 모든 선발 투수기록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하던 넥센의 선발진은 환골탈태했다. 탄탄한 선발진 완성이 넥센 상승세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올 시즌 팀전체 선발승 3위(14승), 자책 3위, QS 전체 2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선발진을 뽐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한국 프로야구 4년차 나이트와 좌완 외국인 벤 헤켄이다.

넥센은 장원삼 트레이드 이후 확실한 에이스 부재가 해마다 난제였다. 장원삼과 이현승이 떠난 이후 국내 선발의 최다승은 고작 7승이 최고였을 정도다. 유망주는 많지만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줄 수 있는 선발이 없으니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될 리 만무했다.

하지만 올 시즌 나이트와 좌완 외국인 벤 헤켄이 그 고민을 말끔히 씻어줬다. 지난해 왼쪽 무릎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 나이트의 선전은 눈부시다. 9게임 등판해서 7번의 QS를 달성하며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좌완 벤 헤켄은 좌완 트로이카가 떠난 빈자리를 훌륭히 메꾸며 나이트와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두 선수는 합작 8승, 모두 2점대의 자책을 기록하며 투수 전부문 상위권에 올라있다.

넥센의 선발진은 두 외국인 선수를 주축으로 강윤구, 문성현, 심수창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다 부상과 제구력 난조로 문성현과 심수창이 2군으로 내려갔다. 이 자리는 만년 유망주 김영민과 장효훈이 훌륭히 막았다. 잘 나가는 집안의 전형이다. 여기에 김병현마저 컨디션을 점점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최하위 공격진, LPG 라인으로 공포에 떨게하다.

강력한 클린업은 타선 전반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 지난해 클린업 구성조차 어려웠던 넥센은 타격의 기본적인 지표가 되는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였다. 하지만 올해 8개 구단 중 최고의 클린업으로 변모했다. 이택근의 영입으로 송신영의 트레이드 때 팀을 옮긴 박병호, 기존의 강정호와 함께 파괴력 있는 LPG 타선이 탄생했다.

LPG 타선으로 인해 팀장타율, 팀득점, 팀타점 모든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단연 강정호가 돋보인다. 국내 최고 거포 유격수인 강정호는 지난해 4번 자리를 맡으며 잃었던 장타력을 5번으로 돌아오며 다시금 회복했다. 현재 그의 장타 생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홈런 단독 1위(13개) 타율 4 위(0.339), 장타율 1위(0.709)를 마크하고 있다.

트레이드 후 일시적인 성적 상승은 자주 있던 현상이다. 매년 엘지의 유망주로 그치고 만 박병호도 그랬다. 하지만 넥센의 박병호는 예전의 그 박병호가 아니다. 신흥 4번타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클린업의 중심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타점 1위(34점) 홈런 3위(9개) 장타율 4위(0.585)에 올라있다. 여기에 친정으로 돌아온 이택근은 정신적인 지주로 두 선수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23일 현재 팀의 총 타점(185점) 중 절반에 가까운 87타점을 쓸어담으며 집나간 주자를 불러들였다.

여기에 잊혀져가던 정수성의 활약도 반갑다. 정수성은 현재 4할이 넘는 출루율로 장기영과 테이블세터를 이루며 밥상을 잘 차리고 있다. 0.279의 타율과 뛰어난 출루율 0.406로 팀 공격의 물꼬를 트고 있다. 다만 7개의 도루자가 옥의 티다.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2번 타자 장기영도 0.281의 타율과 팀 내 최다도루(9개)를 앞세워 정수성과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어느덧 현대 왕조 시절의 이미지는 퇴색되고 하위권 이미지만 남은 넥센의 초반 돌풍은 놀랍기도 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 넥센의 초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아직 팀당 40여 게임도 치르지 않은 초반이다. 더구나 풀타임을 치른 선수도 적을 뿐 아니라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본 경험도 없다. 고비는 반드시 찾아온다. 이때 젊은 주축 선수들이 찾아올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관건이다.

미운 오리새끼로 그저 설움만 받던 넥센이 백조가 되어 날아오를 수 있을지 올시즌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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