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피임 소홀 가능성" vs "불필요한 낙태 최소화"


▲ 7일 오전 양천구 목동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원들이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재분류를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정부가 '의약품 재분류 및 향후계획'에 사후긴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포함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은 과학기술발전 등 보건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국민들이 의약품을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의약품 재분류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한 검토결과와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분류 작업의 대상은 국내 허가된 모든 완제의약품 총 3만9254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주사제, 마약, 비타민제 등 전문·일반 분류가 명확한 3만785개 품목과 수출용의약품·임상시험용의약품 등 1590개 품목은 분류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총 6879품목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약품은 사전피임약를 포함해 모두 237개 품목이다.

긴급피임제를 비롯해 212개 품목은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다. 전문에서 전문·일반 동시분류가 40개, 일반에서 동시분류가 1개 등이다.

특히 이중 일반의약품 전환을 놓고 종교계와 이견을 보였던 사후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고, 부작용 우려가 더 크다고 알려진 사후긴급피임약을 오히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전 피임제의 경우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혈전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 상담이나 정기적 검진이 필요한 의약품이라고 식약청은 분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약은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위스·캐나다 등 의약선진국 8개국에서도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후긴급피임약 역시 배란기라고 생각되는 시기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피임을 하지 않았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피임법 중 하나로 계획되지 않은 성관계가 있었거나, 성폭력 등 원하지 않은 성교로 인한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최대 7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가급적 12시간 이내 복용을 권장하고, 피임성공률은 약 85% 정도다.

일반의약품 전환이 확정될 경우 현재 국내 판매 중인 11종의 사후긴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청소년 등은 의사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연령 제한과 성별 제한 등을 통해 오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식약청 관계자는 “사후긴급피임제는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다. 임상시험, 학술논문, 시판후 조사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사전피임제에서 문제가 되는 혈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후긴급피임제의 주요 작용기전은 배란 억제 또는 수정억제이며 일단 수정란이 착상된 이후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낙태약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부작용 우려 목소리 높아

하지만 이같은 계획에 계획에 의료계와 종교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은 실패율이 15% 내외로 높은데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일반인들이 여기에 의존해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이럴 경우 오히려 낙태 위험이 증가하고 콘돔 사용의 감소로 성병이나 여성 골반염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고 이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개원의협회는 응급피임약의 편리한 사용이 늘어남으로써 사전피임 소홀에 따른 무책임한 성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은 여성들의 원치않는 임신을 줄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생식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반대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학회에서는 응급피임약에 대해 한 월경주기에 반복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하며 정상용량 범위 안에서 사용하더라도 출혈(31%)·오심·복통 등의 부작용 발현의 빈도가 높고, 무엇보다 임신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의 발현빈도가 높은(피임실패율 15~40%) 의약품라며 여성건강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낙태반대운동연합은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야 한다"고 촉구하며 "응급피임약은 기존의 피임수단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피치 못할 상황에 대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응급피임약은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사회적, 성적 약자로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대해 찬성해왔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측은 "식약청의 이번 발표에 대해 당연히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 "응급피암약의 일반약 전환이 현실화 된다면 불필요한 낙태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식약청의 발표는 옳다고 본다" 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재분류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약단체, 종교계, 여성단체, 시민단체, 언론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분류 결정을 7월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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