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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송하훈 기자] 2012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를 앞두고 '빅3'로 불리며 스페인, 독일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다.

네덜란드는 14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메탈리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벌 독일과의 유로2012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마리오 고메즈(바이에른뮌헨)에게 2골을 허용하며 1-2로 졌다.

죽음의 B조에서 최약체로 꼽히던 덴마크와의 1차전에서 일격을 당한데 이어 2연패다. 자력으로 8강에 진출할 길은 사라졌다.

유로2012 지역예선 9승1패의 뛰어난 성적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던 네덜란드가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4위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스페인(1위), 독일(3위)에 이어 가장 높은 순위를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몰락이 유로2012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한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오렌지군단'의 부활을 알렸다.

당시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에 오른 로빈 판 페르시(아스날), 훈텔라르(샬케04)로 이어지는 초호화 공격진에 아르옌 로번(바이에른뮌헨),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테르밀란) 등 특급선수들이 조직력과 노련함까지 더해 전력이 막강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사공이 많은 탓일까.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전혀 융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부터 불안 조짐이 있었다.

유럽 현지 언론들은 네덜란드가 덴마크전에서 패한 뒤에 감독과 선수, 선수와 선수 사이에서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훈텔라르는 판 페르시가 주전 공격수로 나서는 것에 불만을 품었고 판 데르 바르트(토트넘)는 자신이 후보 명단에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은 베르트 판 마바이크 감독이 자신의 사위인 마르크 판 보멀(아인트호벤)을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최악의 분위기는 독일전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선제골을 내준 후, 수비 조직력이 급격히 와해됐다. 움직임까지 느려지면서 독일에 번번이 기회를 내줬다. 후반에 판 페르시의 만회골이 터졌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였기에 라이벌 독일과의 경기는 더욱 중요하게 여겨졌다. 허나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한 네덜란드는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자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네덜란드의 8강 진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가 18일에 열리는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이기고 독일이 덴마크를 잡아주면 극적인 8강 진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

좌초 위기의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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