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농장 어린이 돕는 여고생 수기 ‘초콜릿에 얽힌 이야기’ 공모전 최우수작 선정

[투데이코리아=구재열 기자] '세계 아동노동 반대의 날'을 맞아 '초콜릿에 얽힌 이야기' 공모전에서 카카오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한 글이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인천석정여고 3학년 홍지희(18)양의 수기 '검은 손의 아이가 준 초콜릿'이야기이다.

'세계 아동노동의 반대의 날'은 세계노동기구(ILO)가 아동노동 현실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현재 칼∙낫 등의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며 서아프리카 카카오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는 18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희양은 국제구호단체를 통해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14살 소녀 에피아를 후원하게 된 지희양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아이가 가난 때문에 에피아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카카오농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지희양은 글에서 "어느 날 에피아에게 초콜릿을 선물 받지만 마음이 아파 잘 먹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초콜릿을 하나 사더라도 공정무역 제품에 손이 간다"며 “내게 결코 잊지 못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에피아가 작은 검은 손으로 건넨 초콜릿”이라고 말했다.

이 글에 대해 심사단은 “띄어쓰기, 맞춤법, 어휘 구사력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초콜릿의 상징을 인생에 녹여내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직접 겪은 진솔한 내용은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지희양의 글 이외에도 '천사의 눈물'을 쓴 신현주(31, 여)씨, '할머니의 초콜릿'을 쓴 우수진(29, 여)씨, '빨간 자전거를 기다리던 아이'를 쓴 진상용(60, 남)씨가 초콜릿에 대한 다양한 수기로 우수상을 받았다.

공모전 수상작들은 수기집으로 발간될 예정이며, 영문 번역본이 초콜릿 생산국에 전달되어 초콜릿 생산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게 된다.

더 자세한 수상자 현황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www.childfund.or.kr)과 아름다운커피(www.beatifulcoffee.org)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한편 이 공모전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 www.childfund.or.kr)과 공정무역단체 아름다운커피가 아동노예노동 근절을 위해 공동으로 주관하는 ‘Change Your Chocolate’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일간문예뉴스 문학in’ 소속 시인 고산돌, 시인 이소리, 소설가 유시연, 시인 이산하 등으로 꾸려진 심사단이 공모작을 평가했다.


▼ 아래 최우수작 전문

검은 손의 아이가 준 초콜릿

나는 요즘도 몇 달 전에 먹었던 그 초콜릿이 생각난다. 그 초콜릿은 난생 처음 먹어본 맛이었고 달콤하면서도 무엇인가 내 안에서 씁쓸한 맛이 나게 하는 초콜릿이었다.

몇 달 전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라는 곳에 찾아가 우물을 만드는 후원을 하면서 국제구호단체에 단체로 가입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전도사님의 권유로 인해 아프리카의 한 아이를 후원하기로 했다. 매 달 삼만 원씩 후원해주는 것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내 용돈이 나가는 것 같아 후회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전도사님이 내가 후원해주는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나는 후회했던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사진 속의 아이는 여자 아이였다. 그 아이는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하였는지 뚱한 표정으로 사진에 찍혀있었다. 그리고 전도사님은 내게 그 아이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은 에피아이고 열 네 살인 아이였다. 에피아는 코트디부아르라는 곳의 카카오 농장에서 카카오를 따는 일을 한다고 한다. 에피아는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다른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정말 새까맣다. 하지만 에피아의 눈은 정말 하얗고 마치 나에게 무엇인가 말하고 싶다는 듯이 사진 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전도사님께 사진을 프린트 해달라곤 부탁하자. 전도사님은 내게 에피아에게 보낼 편지를 쓰라고 했다. 나는 에피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집에 도착 했다. 나는 에피아의 사진을 꺼내어 책상에 붙여놓았다. 내 방 벽에 붙은 에피아는 여전히 뚱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문득 나는 그런 에피아의 뚱한 얼굴에 웃음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아까 전도사님이 에피아에게 보내 줄 편지를 쓰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나는 사진 속에서 에피아가 입고 있던 옷 색깔인 파란 색이 떠올라 파란색 편지지를 꺼내어 편지를 적어나갔다.

며칠 뒤 전도사님은 내게 봉투를 건네었다. 그 봉투를 뜯자 줄 공책 한 장이 접혀 있었다. 그것은 에피아에게서 온 편지였다. 나는 너무 신나고 흥분이 되었다. 에피아가 나에게 어떤 말을 썼을 지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종이를 피자 알 수 없는 영어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에피아가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전도사님께 다시 편지를 주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전도사님은 어느 정도 해석을 했다며 내게 에피아의 편지 내용을 읽어주었다.

에피아는 자신의 이름이 왜 에피아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에피아의 이름은 아프리카 어로 금요일을 뜻하는 단어였다. 에피아는 금요일 날 태어나서 에피아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었다고 한다. 에피아의 가족들은 모두 카카오 농장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매일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카카오 열매의 씨를 뿌리고 카카오 열매를 따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은 교회 전도사님들 덕분에 영어를 배우고 있어서 기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에피아는 내게 나처럼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써 있었다. 나는 그 내용이 가슴에 콕 박히고 말았다. 내가 에피아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가 다니는 학교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피아는 그 많은 내용 중에 학교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나 보다. 그리고 에피아는 날짜를 쓰는 밑에 내게 자신이 딴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을 보내겠다는 내용의 추신으로 편지가 마무리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도사님이 내게 카카오 농장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카카오 농장에서는 엄청난 아프리카 사람들이 비인간적으로 밖에서 카카오를 딴다는 것이다. 그리곤 자신의 노동의 댓가를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순간 아까 매점에서 초콜릿을 먹었던 것에 대한 후회심이 들었다. 내가 아무 상관없이 먹었던 초콜릿이 에피아가 힘들게 따 놓은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또 한 번도 초콜릿을 맛보지 못 했을 수도 있는 에피아의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그렇게 계속 세 달에 한 번씩 에피아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몇 달 뒤 나는 처음으로 에피아의 편지와 함께 작은 포장지로 포장된 초콜릿을 받았다. 원래 코트디부아르라에서 나는 모든 음식은 위험하기 때문에 함부로 국내에 들어 올 수 없지만 코트디부아르라 현지 전도사님들 덕분에 나는 에피아의 초콜릿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에피아의 편지에는 [그동안 고마웠어. 보답의 선물이야.]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그 작은 초콜릿을 손에 쥐고는 한참동안 먹질 못하고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에피아의 작은 검은 손이 카카오를 하나하나 따서 만든 초콜릿이었기에 나는 그 초콜릿을 쉽게 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에피아의 편지에 답장을 써주기 위해서 에피아가 보내준 초콜릿의 포장지를 뜯었다. 그리고 한 입에 넣었다. 초콜릿은 정말 달콤했다. 내가 그동안 먹어온 어떤 비싼 초콜릿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그 초콜릿이 입안에서 모두 녹아버린 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씁쓸한 기분이 밀려들어왔다. 그 달콤한 초콜릿의 숨겨진 진실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의 에피아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나는 에피아와 계속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공정무역 초콜릿’ 이라는 초콜릿을 알게 되었다. 공정무역 초콜릿은 초콜릿의 원료를 생산해내는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원료 값을 지불해서 만드는 초콜릿을 말한다. 나는 이 초콜릿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진지 몰랐다. 그 효과는 우리가 공정무역 초콜릿의 소비량을 1%만 소비해도 세계의 1억 2,800만 명의 가난하고 강제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놀라운 효과를 듣고는 초콜릿을 하나 사더라도 공정무역 초콜릿에 먼저 손이 간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게 해준 에피아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다. 에피아가 아니었으면 나는 여전히 나의 달콤함을 채우려 비인간적으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피아 덕분에 나는 그 작은 초콜릿에 감동을 하였고 초콜릿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에피아의 가족들 까지도 후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게 결코 잊지 못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에피아가 작은 검은 손으로 건넨 초콜릿이다. 나는 그 작은 초콜릿의 맛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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