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 완료 전 '심각' 단계 해제…총체적 부실조사


▲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의 '심각' 단계 해지 공문

"환경부, 총체적 부실조사로 2차 피해 확산"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불산이 지나간 자리에는 수확을 앞두고 있던 포도, 멜론, 대추 등 농작물은 순식간에 말라 죽었고, 가축들은 마치 화생방 훈련을 한듯 눈물·콧물도 모자라 침까지 줄줄 흘리고 있는 광경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화수소산'(불산) 누출 사고의 피해가 확산되면서 피해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게 돌아가는 동안 정작 정부는 사고 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재난합동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늦장 대응을 하고 있어 비판이 뒷따르고 있다.

또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구미 불산사고 현장조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화학물질사고 '심각'단계를 해제한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이 구미 폭발사고와 관련하여 환경부로 제출받은 수발문서(공문)와 국립환경과학원 현장조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환경부는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 9시간이 경과한 후인 9월 28일 0시30분경에 현장조사를 착수하여 당일 14시 40분경까지 4차례의 사고지점 측정과 4차례의 사고지점 주변지역 측정 등 총 8차례의 측정을 실시했으나, 환경부 장관이 '심각'단계를 해제한 시점은 현장조사가 완료되기 전인 당일 새벽 3시 30분 경으로, 2차례의 사고지점 측정과 3차례의 주변지역 측정 등 5차례만 마친 시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지점 5m 이내에서 불산검출이 확인되었으나 그 수치산출이 불가한 상황이었고, '잔류오염'은 전혀 측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심각'단계가 해제된 것으로 확인돼 성급한 판단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또 "구미시 또한 성급한 주민대피령 해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경계' 단계의 경보가 적용 중이었기 때문에 구미시장은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주민대피령을 유지하거나 대피 범위 반경을 축소하는 정도의 대처를 하였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부의 총체적 부실인 현장조사로 인해 방지할 수 있었던 제2차 피해가 확산되었다”며, “환경부와 환경단체 그리고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철저한 오염검사를 시급히 실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구미의 한 화공업체에서 화재가 났다. 이 화재로 공장에서 불과 1㎞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구미시 산동면 임천·봉산리 주민들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농작물 180농가 91.2㏊, 가축 28농가 1300여 마리도 피해를 입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산이 발암성 물질은 아니지만 부식성이 강하고 세포조직을 쉽게 통과해 흡입, 접촉 땐 폐조직과 피부, 점막 등을 손상시키고 뼈를 녹일 수 있는 위험한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불화수소산에 급성으로 노출된 주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5일 현재 가스누출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600여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근로자와 공무원, 기자, 주민 등도 피부발진과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소방방재청 등 부처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 2명 등 17명으로 구성된 `재난합동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해 정확한 피해규모를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사고 발생 직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고, 인근 대기와 수질오염이 없었다고 밝혔으나, 현지에서는 금속 부식이 심해지고 식물이 고사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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