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경진 광주지검 형사 제3부장검사

초등학생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참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제우스, 헤라, 오리온, 포세이돈, 하데스, 에로스 등 인간이 갖지 못한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여러 신들이 만들어 내는 여러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또한 어떤 신은 양의 머리에 사람 몸의 형태를 띠기도, 사람의 머리에 말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신기해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신이라면 단지 번개창으로 수많은 적들을 섬멸하는 초능력뿐만 아니라, 성품 내지 사랑의 능력도 무한하여야 할 터인데 이런 점을 잘 보이지 않고, 인간과 똑 같이 사랑하고 질투하고 다투고 미워하는 모습들이었다. 신화를 읽던 어린 나에게는 도대체 풀리지 않던 의문점이었다.

현대 과학문명의 발전은 참으로 놀랍다. 과거 인류역사 5천년간 이루어온 발전보 다 최근 50년간 이룬 발전이 훨씬 더 위대하다. 전 세계인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전 세계의 모든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조만간 휴대폰은 무선네트워크와 결합한 초고성능 노트북 컴퓨터로 변할 것이다.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이 세상 여기저기를 다녔듯 네이비게이션과 결합한 컴퓨터 자동차에 타고 음성으로 목적지만 말하면 자동으로 목적지에 데려다 줄 기술도 등장할 것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우면 보물동굴의 바윗문이 열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다. 그 뿐인가? 유전자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동물에 대해서는 체세포 복제를 자유자재로 해 내고 있다.

동물의 몸에서 조그마한 살 점 하나를 떼어 내어 새로운 복제생명체를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영화 아일랜드에서와 같이 인간에 대한 체세포 복제 기술이 등장하면 손상된 장기를 이식할 목적으로 자기 자신의 복제인간을 만들어낼 날도 멀지 않았다.

나노 기술로 만들어진 초소형 치료로봇이 인체에 침투하여 암세포 조직만을 골라내어 파괴하여 부작용 없이 암치료를 받는 날도 곧 올 것이다. 약간의 상상력만 덧붙이면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한 양의 머리에 사람의 몸의 형상을 하거나, 사람 머리에 말의 몸을 한 생명체가 자유자재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과학기술문명이 발전하는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능력에 거의 접근하여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기술적 능력이 신들의 모습에 다가가는 것뿐만 아니라, 과거 신화속의 신들이 보여준 유치한 모습, 즉 사랑하고 질투하고 다투고 미워했던 모습 역시 여전히 인간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에서 연유한 능력만 발전할 뿐 우리는 여전히 영혼의 진보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출세라는 과욕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반칙을 한 것으로 보이는 한 젊은 여성 미술인의 몰락과 그녀 주변의 남성 스캔들을 올 한해의 최고의 즐거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과열을 보면서, 역사 이래 최고의 풍요시대를 맞이하여 인류가 그 본분을 잊고 결국 과다한 초능력만 보유하다 저절로 사라져 버린 그리스 신화속의 신들과 똑 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지 필자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해 본다.

김경진 광주시검 형사 제3부장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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