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만 15개…사옥 매각 계획이지만 못팔아 '전전긍긍'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과 경남 진주혁신도시 신사옥 조감도

연간 4조 이자내더라도 4000억짜리 새집?
LH "억울..지방혁신도시 때문인데 '호화사옥' 논란만"
"시공예정가 2500억원, 규모 60% 줄여서 이전한 것"

[투데이코리아=이규남, 정단비 기자] 130조가 넘는 부채에 허덕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이지송, 이하 LH)가 4000억원이 소요되는 신사옥 건축을 비난 속에서도 강행하기로 해 '호화사옥'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LH는 경남 진주혁신도시 신사옥 부지 현장에서 대지 9만7125㎡에 지하2층, 지상 20층, 연면적 13만9295㎡ 규모로 건물 높이는 92.65m에 이르는 사옥의 착공식을 가졌다.

LH는 '천년사옥'이라는 건립비전을 내세우며 태양광 전기 사용, 지열냉난방 시스템 설치, 장애인 생활환경 최우수등급 인증, 국내 최초 최첨단 에너지 절약형 시스템 도입, 업무시설 외에도 헬스장과 수영장, 체육관 등의 화려한 시설들로 "경남 진주의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공기업의 부채 중 40.3%, 130조7511억원의 엄청난 금액의 빚을 떠안고 있는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말과는 모순되게, 4000억원짜리 신사옥 건축에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며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LH가 내고 있는 연간 이자만 4조3662억원에 이른다.

또 현재 공사규모로 책정된 4000억원이 직접공사와 관련이 없는 공사비등을 제외시킨 등으로 건설비를 대폭 낮추어 잡은 것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어 실제 금액은 그 이상이라는 추측도 있다.

LH의 행보를 보면 '빚이 20억있는 집에서 치킨 한 마리 더 시켜먹고 빚이 20억20000원이 된들 무슨 차이가 있겠냐'는 온라인 상의 우스갯 소리가 생각난다. LH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헌집 못팔고 새집으로…구사옥 매각 수년째 제자리 걸음
2000억 체납해 본사 압류 통보까지

일단 LH는 건설자금 조달을 빚을 내지 않고, 성남시 정자동 사옥과 오리 사옥을 팔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LH는 오는 2014년 말까지 진주 신사옥 이전 완료에 대해 "사옥 매각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2010년 초부터 이 건물의 매각작업을 진행해온 상황에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어 앞으로도 어렵다면 결국 신사옥을 건설하며 빚을 낼 수밖에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부채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방식을 변경하긴 했지만, 지금 같이 부동산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시기에 감정가 수천억원대의 건물이 팔릴지도 미지수다.

이를 두고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LH가 사옥 매각대금을 신청사 건설비로 쓰려는 모양인데, 강남 요지 대형 빌딩도 안 팔리는 상황에서 4000억원짜리 분당 빌딩을 누가 매입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국감에서 민주통합당 김관영 의원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신사옥 건립계획을 보면, 7개 이전 기관 중 LH가 4667억으로 제일 높다"며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생각하면, 언제 매각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 사옥이 팔리지 않는다면 결국 빚을 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은 바가 있다.

당시 민주당 임내현 의원 역시 LH공사의 매각 대상 사옥이 몇 년째 매각도 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음에 "매각 노력을 적극적으로 했다면 5년 동안이나 매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LH 관계자는 "매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중이나 잘 팔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국민 집지어주는 LH가 '하우스푸어'로
전국 사옥만 15개…잉여사옥도 5개

LH는 이미 전국에 관련 청사가 15개나 있을만큼 청사부자다. 지난 2009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합쳐져 탄생한 LH는 이 과정에서 남은 청사들을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매각된 사옥은 3군데 정도다.

이때문에 LH 인천본부 신사옥 등 전국 5개의 사옥이 현재 잉여사옥으로 방치되고 있으며 관리비만 수백만원씩 나가고 있다. LH 인천본부 신사옥의 경우 지난 2010년 11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곳이다.

알려진 바로 대전에서도 옛 주택공사가 사용했던 서구 둔산2동 913번지 지상 8층짜리 사옥(이하 둔산사옥)이 수년째 빈 건물로 남아있어 대전충남지역본부가 매각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고 한다.

또 매각에 실패해 울며 겨자먹기로 LH가 들어가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필요보다 더 크게 지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전주 본부는 4개 층만 LH가 사용하고 나머지 층은 임대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LH는 수의계약 방법까지 동원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국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LH가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사옥은 11개로 본사오리·부산개금·인천구월·강원원주·충북청주·충남둔산·전북인후·전남치평·전남중흥·경북침산·경남창원 사옥이다.

이러한 신사옥 논란에 대해 LH 관계자는 "억울하다"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 예정가는 알려진 4000억원이 아닌 2500억원으로 봐야하고 일부 지방 사옥을 매각해도 자금조달이 가능해 공사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친환경과 열효율이 높은 자재 등 정부지침에 따라 공사를 진행해 초기 단가가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를 생각하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000여억원의 농지보전부담금 체납으로 경기도에 본사 사옥을 압류까지 당할 만큼 빚이 많지 않냐는 언급에 "그것은 사업이 지연되서 그런 것이고 내면 문제될 일이 없다. 원칙적으로는 정자와 오리 사옥을 팔아서 (신사옥을) 건설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옥이 팔리지 않을 경우 차선책에 대해서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라며 쉽사리 답변하지는 못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혁신도시때문에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사옥을 지어서 가는 것인데 이 부분을 높이 사주지 않고 호화청사에만 논란이 집중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두 기관이 합쳐졌기 때문에 그만큼 인원도 많고 큰 규모가 필요하다. 이것을 고려하면 60%는 줄여서 이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공익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1인당 평균 사용 면적도 국토해양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56.53m²(약17평)로 시공될 예정이고 법적인 문제도 없다"며 "빚이 발생해도 국민들을 위해 주택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빚이 있다고 해서 혁신도시로 이전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주 신사옥에 헬스장과 수영장, 체육관 등의 시설을 포함한 것은 일개 공사건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닌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시설을 위해 포함했다"며 공익적인 면을 재차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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