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종필 민주당 대변인

금년 상반기 정치권을 강타한 범여권 대통합 바람 속에 많은 정치적 이합집산이 이뤄졌고 그 결과물로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에는 범여권 대선 후보 단일화 바람이 불 태세다. 민주당은 대통합 과정에서는 원조 민주당의 얼굴을 유지했지만, 대선 정국을 앞두고서는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펴고 있다. 당 대 당 통합에서는 아직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후보 단일화 등에서는 공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인 것. 당 자체의 대선주자 경선과 후보 단일화 등 여러 문제로 바쁜 민주당의 속내를 들어보고자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을 만나봤다.

-민주신당도 그렇고 민주당도 그렇고 자체경선이 당심이나 여론이 아닌 조직력 싸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당이나 민주당이나 지금 경선 제도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본다. 동원을 장려하는 제도다. 개인적으로는 반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막을 힘은 없다. 또 이미 정해진 룰이다.
더욱이 동원을 장려하는 제도인 걸 후보들도 알고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 '동원선거'라고 '깽판'을 쳐서야 되겠나. 이미 정해진 '룰'이므로 지켜야 한다.

-'젖 뗄 때가 되었다'는 논평을 하신 적이 있다. DJ가 없이도 민주당이 독자 생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이미 독자생존하고 있잖나. (둘째) 아들 국회의원 시키고 또 그 국회의원 아들을 탈당을 시켜도 민주당은 살아 있다.52년간 뿌리를 박고 살아온 야생 정당이다. 비바람이 한파가 몰아친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어느 1인에 의해서 생사가 좌우되지는 않는다. 물론 우리가 그 분의 정치철학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지만, 현실정치를 떠난 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물어보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정치는 민주당이 하고 민주당이 책임지는 것이다.부자지간에도 아버지의 시절이 있고 아들의 시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교동에 범여권 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이 가고, 자꾸 자기들에게 유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확대과장 왜곡하는 데 대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에서 “DJ에게서 젖을 뗄 때가 됐다”고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후학들이 (김 전 대통령에게) 욕을 보이는 것이다.

-후학들이 욕되게 한다고 해석하는데, 막상 김대중 전 대통령 본인도 현실정치 개입을 즐기는 것 같다. 이번에 통일열망 후보론도 언급하지 않았나?

▲현실정치에는 관여하지는 않는다는 전제로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건 동교동 비서들도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도 그냥 그렇게 보고 있다. 나라에 대한 걱정이지, 현실정치에 대한 건 아니다.

-그럼 지난 번 민주당을 탈당한 8명의 정치인이 DJ의 복심을 업고 있다든지, 이번에 탈당파 8인이 손학규 후보 지지 선언 해프닝을 벌인 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든지 하는 해석론은 무리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핵이 2007정상회담에 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
▲정상회담 발표할 때 우리 민주당은 논평을 냈다. 북핵 불능화 약속 즉각 이행을 비롯해서 남북 경협, 납북자 문제에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진보정당의 종가를 자임하던 민주당이 최근 보수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 민주당은 중도개혁 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서구 진보주의 정당도 다 중도화됐다.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회민주당이 모두 중도화됐다. 중도개혁주의의 연원을 말씀드리면. 1990년대 초에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창안된 정치노선이다. 성장을 위주로 하고 성장을 혜택을 중산층과 서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파는 성장을 중시하고 좌파는 분배를 중시한다. 우리 나라로 따지면 한나라당은 성장 위주 정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치기 좌파, 사이비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대통령을 '좌충우돌파'로 정의한다. 성장은 도외시하고 균형, 분배에만 치우쳐 있다.
성장과 분배는 자전거의 앞뒤 바퀴와 같은 것이라 같이 가야 한다. 좌와 우 사이에 기계적인 개념의 중도가 아니라 창조적인 공간의 중도가 필요하다. Reform-minded Centrism으로 표현되는 '개혁적인 마인드'의 중도개혁노선이 우리 당의 노선이다.

-범여권 대통합은 거부했지만 한나라당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다른 정당들과 대선주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내외에서 높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단일화는 일단 후보를 뽑고 나서 그때 상황을 봐서 할 일이다. 추진은 할 만 하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 같아서는 민주신당쪽에서 대선주자로 결정돼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논할 파트너로 정동영 후보가 유력한 것 같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는 이른바 천,신,정으로 불리는 민주당 분당 사태의 트로이카 중 하나다. 이 정치인과의 단일화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정치상황이란 점치기 힘들기 때문에......그쪽 후보가 누가 될지, 이쪽 후보가 누가 될지, 모르는 일 아닐까. 상황에 따라서는 민노당하고 손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우리 정치는 역동성이 있기 때문에 박진감이 있기 때문에......
(정동영과의 단일화에 대해서 즉답은 없었다)

-정동영 후보는 분당이나 열린우리당의 국정혼란에 대해서 누차 사과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럼 그 사과가 적당했나고 보나?

▲사과가 적당했는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고, 신당 후보들은, 손학규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3등을 해서 만만한 쪽으로 온 분이고, 나머지 두 분(정동영 후보와 이해찬 후보를 말함) 분당에도 책임있고, 국정책임이 있는 분들이어서, 단일화를 하되, 단일화를 민주당 출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민주신당과 일전의 DJP 연합처럼 가거나 '연립내각'을 꾸릴 수도 있나?
▲상황을 봐서......

-연합이나 공조와 관련된 질문이다. 김한길 민주신당 의원이 이른바 당권거래설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
▲정치에서 일상사가 거래다. 나쁜 건 아니다.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것을 나쁘다고 하고,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는 민주신당 사람들이 오히려 이해가 안 간다.

-민주당과 정적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역시 민주당과 색깔이 많이 다른 민주신당과 연대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드라마'가 없다, '정치공학'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방안이 있는지?
▲정치공학인 건 틀림없다. 우리 마음대로 할 것 같으면 안 하고 싶은 부분이지만, 현실이 정치공학적인 걸 권해서 하는 면이 있다.
우리 민주당이 당세가 약하고, 또 우리의 지지자들이 국민들이 요구하는 측면이 있어서 하는 것이다. 어떻게 될지 경선과 대선 본선을 최선을 다해 치를 따름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상황이 되든 52년을 이어온 당의 기본 스탠스에는 변화가 없는 범위에서 다른 당과 함께 연대, 연계해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