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소 예상된 결과"…재판부 "일가 화합 바란다"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명주식을 둘러싸고 제기된 삼성가와 CJ그룹의 상속 소송 1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1)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82) 전 제일비료 회장에 승소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이기도 한 이맹희 전 회장의 패배에 CJ 측은 "CJ그룹으로서는 재판 결과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이 없다"며 개인적인 일로 말하고 있고, 삼성 측은 "개인적인 소송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이번 결과는 처음부터 예상된 결과였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은 이맹희 전 회장과 형제들이 이건희 회장과 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1989년 선대 회장 타계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차명주식에 관한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생명 주식에 대한 맹희씨 등의 청구는 이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각하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일부 기각하고, 일부 각하했다.

이맹희 전 회장이 민법상 상속회복청구를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 권리가 소멸됐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이맹희 전 회장 측은 유산으로 남은 차명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몰래 단독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삼성 측은 이맹희 전 회장을 포함한 모든 상속인이 이미 1987년 이병철 회장 사망 당시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았고, 2008년 '삼성특검' 때 다시 알려졌기 때문에 청구권 시효가 지났다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소송가액이 4조원이 넘는 규모인데다,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돼 결과에 많은 시선이 쏠려있었다. 또 이번 소송이 CJ와 삼성의 그룹 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선대회장의 유지 중에서는 이 사건에서 논의되고 있는 유지 외에 일가가 화목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뜻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종 결과를 떠나 원고와 피고 일가 모두 화합해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승패 여부를 떠나 양측에 화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2월 삼성물산 직원들이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CJ GLS에 맡겨 오던 동남아 물류에 대해 계약 종료 방침을 정했고, 다른 계열사도 비슷한 CJ와 직간접적 거래를 줄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CJ측은 삼성과 겹치는 사업이 거의 없다며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이맹희 전 회장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기각 판결을 받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정확한 판결 이유를 살펴본 후 의뢰인과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만약 기업 간의 싸움으로 번질 경우 삼성에 비해 규모가 작은 CJ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일부에서는 삼성이 CJ에 사업적 타격을 줄 것인지에 대한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한편 맹희씨는 지난해 2월 부친이 생전에 3자 명의로 신탁해둔 주식 등을 이 회장이 다른 형제들 몰래 자신의 명의로 변경했다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등 7000억원 규모를 나눠달라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 형 창희 씨의 며느리인 최선희 씨 등도 소송에 합류하며 소송가액이 4조849억여원으로 확장됐다.

지난해 5월30일부터 시작된 재판은 8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은 "(이맹희 전 회장을 가르켜)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 안된다"며 "우리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라는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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