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A·르샹피오나 여름 이적시장 '강세' VS EPL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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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적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각 유럽 리그 [출처=각 리그 홈페이지]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축구에서는 흔히 '공은 둥글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주로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이변을 연출해 냈을 때 쓰는 표현이면서 열세에 놓인 팀이 기적과 같은 역전을 일궈냈을 때 많이 쓰인다. 대표적으로 리아소르의 기적이라 불리는 03/04 챔피언스 리그 데포르티보와 AC밀란의 최종전 결과 역시 그러했고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당시도 그러했다.

하지만 이런 격언은 유럽축구 리그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의 유럽 축구의 향방을 보면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EPL(영국 프리미어리그)는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리그였다. 이를 증명하듯이 당시의 챔피언스 리그 4강 전에는 맨유, 첼시, 아스날이라는 강호들이 나란히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어 '그들만의 잔치'였다.

EPL은 몇 년 전부터 석유 부호 등의 슈가대디의 유입으로 자금력이 막강해져 한가닥 한다는 선수들을 수집하다시피해 전세계 이적 시장을 선봉에서 이끌었다. 이미 리그 내에서 확고히 강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맨유, 첼시, 아스날에 맨체스터 시티, 토튼햄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EPL은 최고로 흥미진진한 리그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맨유, 스트라이커 영입에 늘 거액을 쓰지만 드록바를 제외하면 별 재미를 못 본 첼시,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귀신같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 범위에 들어가는 아스날, 그때까지는 위닝 멘탈리티와 팀 스피릿이 없었던 맨체스터 시티, 수준급 멤버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토튼햄 등 각 팀의 특징도 명확히 대비됐다.

여기에 귀신같이 강등권에서 탈출하는 '생존왕' 위건, 적은 이적자금으로도 최상의 성과를 내던 에버튼 등이 더해져 축구 팬들의 관심은 유럽의 작은 섬나라로 모아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EPL이 황금기를 보낼 동안, 프리메라리가(스페인)에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자존심을 지켰다.
분데스리가의 경우 '최강' 바이에른 뮌헨이 여러번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고 이밖에 살케04, 도르트문트 등이 선전했다.

반면 칼치오폴리 이후 기존의 유벤투스, AC밀란, 인터 밀란의 3강 구도가 완벽히 깨진 세리에A는 암흑기를 겪었다. 예전 세리에A 7공주(라치오, 피오렌티나, 파르마, AS로마,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시절에 비하면 비참하기 이를데 없는 시련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이번 이적시장의 흐름을 감안할 때 이번 시즌은 그동안 유럽 축구에서 선수 수급시장역할을 하던 프랑스 리그의 약진과 세리에A의 반등이 예상된다.

우선 이적시장 최대어이며 프리메라리가에서 소위 '인간계 최강 공격수'로 불렸던 라다멜 팔카오가 AS 모나코에 새 둥지를 틀었다. AS 모나코는 강등까지 당했으나 슈가대디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변혁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고 그런 야심의 표현으로 팔카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AS 모나코와 함께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 구단인 파리 생제르망(PSG)은 세리에A에서 꾸준히 20골이상을 뽑아낸 또다른 이적시장 최대어 에디손 카바니 영입에 성공했다. 기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라베찌에 카바니까지 영입돼면서 PSG는 유럽 정상급 공격진을 갖추게 됐다. 현재 이브라히모비치가 이적을 요청한 상태이나 팀 전술의 핵심인 그를 PSG가 쉽게 놔줄것 같지는 않다.

PSG는 소속선수이자 세계최고의 수비수 티아구 실바에게 바르셀로나가 접근하자 "메시를 영입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날릴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구단이기 때문이다.

세리에 A의 이적시장도 흥미진진하다. 먼저 바이에른 뮌헨에서 만쥬키치와의 주전경쟁에서 완패한 마리오 고메스가 피오렌티나로 이적했다. 덕분에 피오렌티나는 바티스투타 이후로 끊어지다 시피한 스타급 골잡이를 보유하게 됐다. 최근까지 팀을 위해 헌신한 핵심선수 스테판 요베티치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 생긴 공백을 완벽히 메운 것이다.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을 도맡아하다시피 하던 마리오 고메스가 매물로 나온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피오렌티나로 이적한 것은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에디손 카바니를 잃은 나폴리의 행보도 주목할 만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입지를 잃은 곤잘로 이과인을 최근 팀을 떠난 카바니의 대체자로 삼은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보다 적절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포르투의 간판 공격수 학손 마르티네즈를 영입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하지만 유벤투스에 비하면 피오렌티나와 나폴리는 '찻잔의 태풍'에 불과하다. 마르키시오, 비달, 피를로 등 유럽 최성상급 미드필더진과 키엘리니, 바르잘리, 보누치 등 통곡의 수비라인을 갖췄지만 간판 공격수의 부재로 늘 가슴아파하던 유벤투스는 카를로스 테베즈라는 최정상급 공격수를 영입하게 됐다.
이미 페르난도 요렌테를 영입확정해 놓은 뒤 테베즈가 가세하면서 유벤투스 공격진의 무게감은 예전과 비교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아마 이번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유벤투스 발 태풍이 거세게 몰아칠 듯 하다.

게다가 이번에 스타급 공격수들이 잇따라 가세하면서 세리에A 득점왕 경쟁은 어느때보다도 흥미진진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분데스리가에서는 '독일 최고의 재능' 마리오 괴체가 뮌헨으로 이적했다. 게다가 바르셀로나의 전도유망한 미드필더 티아구 알칸타라를 영입해 미들진을 포화상태로 만들어 완벽한 스쿼드를 구축했다.

지난 챔피언스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킨 도르트문트도 상당한 전력보강을 했다. 샤흐타르에서 뛰던 공격형 미드필더 음키타리안과 프랑스 리그에서 활약하던 아우바메양, 수비수 소크라티스를 영입해 스쿼드의 양을 높였다.

하지만 EPL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오직 맨체스터 시티만이 몇몇의 대형 영입을 성사시켰을 뿐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세비야의 공격 듀오 헤수스 나바스와 알바로 네그레도를 영입했고 샤흐타르의 미드필더 페르난지뉴를 영입해 전력보강을 사실상 마친 상태다.

맨유는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되던 미드필더 보강을 위해 당초 스투루만 영입에 나섰다가 AS 로마에 얻어맞고 대안으로 티아구 영입을 시도했으나 뮌헨에 완패했다. 아스날도 이과인 영입을 자신했으나 나폴리에 한방 얻어맞고 말았다.

첼시는 그나마 낫다. '넥스트 램파드'로 기대를 모으던 마르코 반 힌켈을 영입해 미래를 대비했다.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인 안드레 쉬얼레를 영입해 공격력도 보강했다.

리버풀은 이적이 예상되는 수아레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페인 셀타비고의 에이스 이아고 아스파스를 영입완료했다.

이렇게 이번시즌 유럽 축구 이적시장은 평준화의 행보를 띄고 있다. 대세였던 EPL이 주춤하는 사이 프랑스 리그원과 세리에A의 강세가 돋보인다.

게다가 이번시즌에 핵심선수급의 연쇄이동으로 각 리그 우승팀이 무슨 팀이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리에A의 우승경쟁이 단연 초유의 관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스포츠 계의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명언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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