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민철 기자] 유명 식품 제조업체 농심이 강남 유명 곰탕집의 제조비법을 훔쳤다는 논란을 낳은 재판에서 사법부가 결국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농심은 지난 2010년 '뚝배기 설렁탕'과 2011년 '신라면 블랙'을 내놓았는데 한 곰탕집 사장이 자신의 곰탕집 국물 제조비법을 훔쳤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모씨(58)는 지난 2008년 농심이 "곰탕 조리기법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며 사업제휴를 권유하자 농심측에 자신들의 비법으로 만든 곰탕 샘플을 보내줬다.

농심의 임직원들은 지난 2008~2009년 사이 이씨의 곰탕공장을 견학하고, 곰탕의 성분과 함량을 분석한 보고서까지 작성했다. 사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 믿은 이씨는 조리비법도 전수해줬지만 이후 농심은 계약 체결에 미온적인반응을 보였다.

농심과의 사업제휴를 목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자설비 등에 투자한 이씨는 농심과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해 자금부담으로 지난 2009년 9월 도산했다.

이씨는 농심이 "사업제휴를 빌미로 제조비법만 빼돌렸다"며 소송을 냈으나 농심 측은 이씨가 직접 제조비법을 알려줬으나 신라면 블랙 제조에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의 선택은 농심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이씨가 농심을 상대로 낸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등 16명의 감정인들이 동원되어 신라면 블랙과 이씨네 곰탕국물에 대한 맛 감정 조사도 벌였다. 결과는 16명 중 12명이 "유사"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곰탕 국물 맛이 유사하다고 제조방법 역시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농심이 해당 업체 곰탕성분을 분석하기는 했지만 이씨네처럼 우리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를 쓰는 대신 수입장비를 이용했고, 이씨네 곰탕처럼 저온숙성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는 것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이 소식에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전형적인 중소기업 기술 빼오기 실현" "핵심기술만 빼오고 튀는 것이 범죄네" "또 하나의 '술은 먹었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네" 등의 댓글로 사법부 판단을 비난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곰탕집 국물이 거기서 거길텐데" "계약도 안하고 비법을 전수한 게 문제" "직접끓인 곰탕과 분말가루 넣은 국물 맛이 비슷하다니?" 라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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