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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0여 년만에 강성노조 위원장을 맞이하게 된 현대중공업[출처= 방송화면 캡쳐]

[투데이코리아=김민철 기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10여 년 만에 강성노선을 추구하는 신임 정병모 위원장을 맞이하게 됐다.

그간 온건노조는 성공적 노사공존의 바람직한 전례의 중심으로 세간의 호평을 받아왔기에 이번 강성노조로의 변경은 뜻밖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건노조는 지난 95년 이래 무파업·무분규 대규모 사업장을 구축하여 건전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아울러 그간 온건노조는 세계 최대의 조선소 업체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무단 파업 위주의 민노총을 탈퇴해 해외 발주자들에게 신뢰를 신어준 점이 적지 않은 공헌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선산업이 한동안 한국의 핵심 산업으로 손꼽힌 것을 고려하면 현대중공업의 온건노조는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강성 노조의 득세로 이러한 좋은 기억들은 '과거사'로 전락할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조선업계가 최근까지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는 악재를 고려해도 이번 강성노조 집권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조선 업체들은 생존 여부까지 거론할 만큼 심각한 자금난·경영난을 겪어왔다.

중국업체의 부상도 조선업체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실제로 세계 선박 발주물량은 지난해보다 74% 증가하면서 지난 6일 국제 해운·조선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어 10월까지 전 세계 누적 수주량은 3,56만CGT로 작년 동기간 2,046만CGT 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에서 중국 업체들의 활약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지난 10월 한 달간 180만CGT를 수주, 한국의 55만CGT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주를 기록했다. 10월 수주량 점유율 역시 57%를 웃돌았다.

중국의 수주잔량은 66만CGT 증가한 3726만CGT를 기록했지만 한국의 수주잔량은 2만 4000CGT 가량 감소한 2,949만CGT를 나타냈다. 한국은 지난 10월 한 달간 58만CGT를 인도한 것에 비해 수주량은 55만CGT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92만CGT를 인도했으나 수주량이 180만CGT를 상회, 수주잔량이 증가했다.

이에 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 대부분이 목표 수주량을 달성해 선별적인 수주를 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위안으로 삼기엔 중국업체들의 부상이 너무 거센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올해 연말에는 조선업체의 회사채가 대부분 만기에 다다를 것으로 예견된다. 이 때문에 신규투자 자금조달은 물론 차환발행도 어려워 조선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더욱 악화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대외적인 악재가 닥쳐온 조선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내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전체 업계가 협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무난하게 온건 노조가 집권을 지속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현대중공업은 강성 노조 위원장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임금 투쟁에 돌입해 현대중공업이 조선업계의 '미운오리 세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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