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세력이 내놓는 평가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난 10월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민족의 평화를 위해 남과 북측 정상이 보인 성의를 국민들이 높게 산 까닭이다.

11월 총리급, 국방장관급 회의도 예상되면서 모처럼 남북측은 화해의 조류를 탔다. 그러나 애초의 바람과는 달리 선언이 있은지 보름도 채 지나기 전에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다.

북방한계선, NLL이 그 중심에 섰다. 최근 북측이 불법적인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것을 봐서도 NLL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인 것만은 확실하다.

우려하는 점은 공동어로구역 설정과 이로 파생될 NLL 위상약화 가능성에 있다. 무엇보다 지난 10·4선언 때 언급된 공동어로구역과 관련, NLL 기준 등거리 등면적 계산아래 구역을 설정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요구처럼 NLL 남쪽으로 잡아야 되는가가 뜨거운 감자다.

문제의 발단은 NLL이 남북 합의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사후약방문이겠지만 지난 정상회담에 해상경계선 관련토의가 왜 집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드는 시점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최근 공동어로구역과 관련해 NLL기준 등거리 등면적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번복해 관심이 집중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며 국민을 오도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강력히 주장해 발언에 대한 시비가 일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을 100% 틀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함에 있어 얼마간의 융통성은 발휘될 수 있으며, 53년 합의된 영토상 NLL과 해상에 UN사령관이 정한 NLL은 얼마간 배치되는 개념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이 이뤄지고 평화를 이어가는 것은 열렬히 환영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이상과 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분위기에 휩싸여 양보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50년동안 사수해온 선을 아무런 대책없이 내주는 것은 시기상조란 뜻이다.

1953년 휴전 당시 해상경계선 관련 합의는 없을지언정 북한역시 이를 그후 20여년간 묵인해왔다. 물론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문제제기를 하고는 있지만 20년간 '인정'해온 경계선을 부인하는 모습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또한 정상이 만났다는 이벤트성 행사에 감동해 무조건적으로 “옳다. 옳다”하는 참여정부 각료의 태도 역시 받아들이기 쉽지않다. 우리가 바로서야 연방이든 연합이든 이뤄진다.

1991년 12월 남북은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해상불가침 경계선 재합의에 동의한 바있다. 92년, 합의서는 사실상 무력화 됐지만 당시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통일로 향하는 대(大)를 꾀하는 시점에 재를 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NLL은 양측의 선(先)합의가 이뤄져야한다.

NLL의 남북합의 아래 등거리 등면적 기준으로 '공평'하게 공동어로구역을 지정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정부가 주목할 것은 현 화해분위기에 휩싸여 NLL을 양보하거나 그럴 빌미를 주는 것은 '인심사기'라는 국내외적 오명을 사기에 충분하며 국민적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NLL을 양보한다고 해서 북한경제가 산다든가 북한인민의 인권이 보장된다는 민족적 공감 역시 일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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