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담 책발간 및 한일관계 개선위해 노력

외국여성 최초로 우리나라 최상희 씨(38)가 지난해 12월 일본 '센다쓰(先達, 순례길 안내자)' 인증을 받아 화제다.

센다쓰는 시코쿠(四國) 88개소 영장회가 공인하며, 오헨로(お遍路, 순례)의 매력을 전하고 영장(霊場)으로 사람들을 이끈다는 의미로 쇼와(昭和, 1926년) 이후 약 1만 5천명이 인증을 받았으나 외국인 여성은 최상희씨가 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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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여성 최초로 순례길 안내자 '센다쓰' 인증받은 최상희 씨]

최씨는 인터넷에서 오헨로를 알게 되었으며 평소 여행을 좋아하셨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공양을 위해 2010년에 첫 도전했다. 결혼을 앞둔 2011년에는 남편과의 행복한 생활을 기원하기 위해 다시 순례길에 올랐으며, 그후 오헨로 길의 매력에 반해 매년 봄이면 오헨로 길을 순례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했지만 순례를 통해 이제는 일본어도 부쩍 늘었다.

"무거운 가방으로 인해 순례 중 허리가 아파 순례를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던 때 현지 주민이 그녀를 차로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병원비까지 내어 준 적도 있으며 우연히 만난 주민사람이 자신의 집에 재워 주셨던 분도 있다"고 최씨는 회고한다. 이러한 접대와 배려에 힘입어 2013년 5월에 센다쓰 인증에 필요한 4번째의 순례를 달성했다.

최씨는 홈페이지 등에서 오헨로를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활동도 하고 있으며, 자신의 체험담을 책으로 정리하고 있다.

또한, 오헨로 도중 망설이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외국인을 위해 화살표로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주는 길 안내용 스티커를 만들어 순례길 주변에 있는 주택 등에 붙이는 활동도 하고 있다.

최씨는 "센다쓰로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고 싶다"며 한일간의 민간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그리고 올해 3월 오사카에서 열릴 강연회에 맞춰 일본을 방문하여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올해는 오헨로를 처음으로 가을에 방문할 계획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순례자를 응원합니다"라고 적힌 배지를 1,200개 준비해 만나는 사람에게 선물할 예정으로 한일 관계의 개선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한다.

오헨로는 시코쿠의 해안선과 도처에 산재한 88개의 사찰을 둘러보는 순례길로 전체 길이만 1,200~1,400km에 이른다. 모든 코스를 일주할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걸어도 45일은 족히 걸린다. 최씨가 2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텐트와 침낭만으로 노숙까지 해가면서 받은 '센다쓰' 인증은 그야말로 값진 인생이다.

1,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헨로는 8세기 무렵 일본 불교의 대표적인 종파인 진언종(眞言宗)의 창시자인 고보 대사(弘法大師)가 시코쿠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불교의 가르침을 설파했고 그 수행중에 연을 맺을 곳에 훗날 88개의 사찰이 들어섰다. 이후 그 사찰을 차례로 순례하는 전통이 생겼으니 이곳이 오헨로다. 오헨로는 일본의 역사와 전통이 배어있는 순례길로 해마다 30만 명 이상이 찾는 곳이다.

특히나 지난해 11월 일본 시코쿠에서 '오헨로(お遍路)와 제주올레 우정의 길' 협약식을 가졌으며, 우정의 길이 된 오헨로는 모두 3개 코스로 시코쿠를 구성하는 4개 현(縣·우리나라의 도에 해당) 중에서 가가와(香川)·고치(高知)·에히메(愛媛)현에 하나씩 우정의 길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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