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폐지 여론 극성…정부 '소극적' 일관

[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보유출 방지 대책에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당국, 각 금융협회, 나이스 KCB 등의 신용평가사는 최근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재발방지 방안 실무 회의를 거쳐 모든 금융서식란에 주민등록번호란을 삭제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금융사와 고객이 최초 거래할 때 고객이 본인 직접 입력 방식으로 직접 제공하는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수집은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도 영업점, 모집인, 인터넷, 전화 등의 채널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다.

일례로, 비대면 채널인 인터넷에서 고객에게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방식은 공인인증서나 아이핀(I-PIN) 등의 인증시스템을 통해 주민번호를 암호화하는 방식이다.

대면 채널인 모집인이 고객에게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방식은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단말기에 고객이 주민번호를 입력하거나 콜센터로 직접 통화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최초 거래 이후에는 고객의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며 대면 채널에서는 신분증으로, 비대면 채널에서는 인증시스템이나 주민번호 외에 기타정보로 고객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예상되고 있던 방지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지배적 반응이다.

카드3사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가 터진 후 피해자들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주민등록번호의 대안을 마련하라는 조치는 이미 박대통령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 여부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이번 조치는 피해자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는 해석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존과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리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 점도 이번 대책에 대한 의혹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우선, 비면 채널인 인터넷의 경우 현재 많은 인터넷 사이트가 회원가입 시에 사실상 개인정보 동의를 강제하고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없기에 회원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금융권에서도 적용된다면 고객들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또한, 공인인증서나 아이핀 등의 인증시스템을 통해 주민번호를 암호화하는 방식의 경우에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이 방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공인인증서는 간단한 해킹에도 무방비 인것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아이핀 역시 마찬가지다.

대면 채널인 모집인이 고객에게 직접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방식도 문제는 동일하다. 단말기에 고객이 주민번호를 입력할 때 고객은 담당자의 양심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콜센터로 고객이 직접 전화하는 경우도 제공되는 주민등록번호가 외부에 유출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대책은 전시성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해외에 모든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것이 기정사실화되었음에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제도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런 여론을 고려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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