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명 중 1명 연간 1000만원도 못버는 극빈층

[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셋방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서랍 안에 '화장해 달라'는 글과 함께 백 만 원을 넣고 집주인에게 "미안하다"며 생을 마감하는등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마지막 길에 경제적 빈곤으로 또다른 이유로 해마다 수백 명이 외로운 죽음을 맞고 있다.

최근들어 이같은 외로운 죽음 중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세모녀 자살한 사건에 눈이가고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반지하 집에 세들어 살던 세 모녀가 힘든 삶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면서 마지막 유언으로 셋방 주인에게 낼 돈을 남기고 떠났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 쓴 봉투에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세 모녀의 생활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고난의 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당뇨병과 고혈압에도 의료비 부담으로 투병을 포기한 큰딸,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도왔지만 결국 카드빚에 신용불량자가 된 둘째 딸,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던 박씨였지만 한 달 전쯤 얼음길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마저 할 수 없게 되자 절망한 것 같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이번 세모녀 자살 사건으로 우리 사회 빈곤층의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줘 모두의 충격은 더했다. 이들을 보호하지 못한 나라의 복지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 모녀가 가장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 대상에 들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세 모녀와 같은 3인 가족인 경우 소득이 최저생계비인 133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107만 여원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복지 수급권은 신청을 통해서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신청하기 전에는 어떤 상태가 놓인다 해도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다. 담당 구청도 이들이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기초생활보장 수급 내용 혹은 신청 방법조차 모를 수도 있다고는 하나 어떤 이유에서든 어려운 형편의 이들을 방치해 죽음으로 내몬 것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도 모른 채 여전히 빈곤의 나락에서 괴로워하는 이들을 찾아내 그들을 따뜻한 복지의 제도 속으로 품어 안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최소한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려운 사정에도 월세와 공과금을 한번도 밀린 적이 없다고 한다. 주변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혹여 폐가 될까 남에게 앓는 소리 한번 못하던 이들이었다고 한다. 복지수급의 권리조차 '폐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이들을 생각하면 빈곤층에 대한 책임을 등지는 정부에 대한 배신감마저 든다.

세모녀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빈곤층이다. 이들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삶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나라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6위, 국민 6명 중 1명은 연간 10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극빈층이다.

이처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으며, 10가구 중에서 3가구가 적자살림이라는 통계청의 조사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 한푼, 두푼 저축하기는 커녕 오히려 적금을 해약하거나 카드빚으로 돌려막으면서 버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아무리 땀흘려 일을해도 지출을 메우지 못한다면 깨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요즘 우리 주변의 이웃들 처지가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빈부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더욱 걱정스럽다.

서민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소수 이기는 하나 부유층들의 명품에 고급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소식에서 흥청망청 대는 이들의 소비 행태에 작아지는 서민들의 불만은 더 커지는 듯하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햇볓도 들지 않는 쪽방이나 반지하 셋방에서 지내며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절대빈곤층이 수두룩하다.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야 했던 세 모녀의 죽음 앞에 우리 국민들은 깊은 분노를 느낀다. 진짜 죄송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이 나라의 잘못된 복지제도와 그것을 방치하는 정부이고 사회다.

우리는 세모녀의 죽음과 같이 안타까운 일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관계자들과 자치단체들은 힘든 삶을 살아가는 극빈층이 더 없는지 다시 한 번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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