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로스쿨 정원을 최종보고한 가운데, 이제 로스쿨을 둘러싼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전망이다. 어느 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할 수 있는지, 또 각 대학별로 얼만큼을 할당할 것인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은 것이다.

◆"인원이 불만스럽지만......", 불만 오래 못 간다

교육부가 국회에` 최종보고한 인원은 2000명. 당초 언급된 1500명보다는 증원된 숫자지만, 시민단체나 학계가 요구한 3000명 혹은 그 이상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이를 놓고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각 대학들도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사진설명=로스쿨 제도가 세칭 명문대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사진은 법대로 유명한 고려대]
일단 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날카롭게 반발하고 나섰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을 필두로 한 사립대 특히 한국 법학-법조인양성을 여태껏 책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칭 명문사립대 총장들은 29일 모 호텔에서 회동, "오히려 정원을 최소 3200명은 생각해야 한다"고 맞불을 지르고 나섰다. 로스쿨대책위원회라는 단체도 이미 활발히 활동 중이다.이들은 로스쿨 신청을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실력행사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육부 등 관계당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는 생각이 바닥에 흐르고 있다. 물론 11월 하순으로 잡힌 로스쿨 접수시한에 대학들이 일사불란하게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로스쿨은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사립대 총장들이나 로스쿨 대책위가 더 잘 알고 있다.

전국적으로 법학과를 보유한 수많은 국립대가 지역별로 흩어져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사립대들과 마찬가지로 로스쿨 유치를 오매불망 바라고 있다.

국립대들만 로스쿨 유치 희망원을 낸다 해도 로스쿨의 출범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수많은 사립대학들, 특히 실력은 뛰어나면서도 규모에 있어서 세칭 명문에 밀리는 여러 사립대들까지 로스쿨 신청전에 뛰어들 것이 분명한 만큼, 큰 규모를 자랑하는 몇몇 사립대학들이 정부안에 반발한다 해도 물결을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 서울대를 흔들어 판세를 정리하다

결국 문제는 로스쿨 2000명 정원을 기정사실로 놓고, 각 대학들이 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현재 약 25개 대학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럼 이들간에 어느 정도씩 '파이'를 나눌 것인가? 서울법대 호문혁 학장 같은 분은 "적어도 300명 이상 정원이 되어야 전문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내실교육이 어렵다는 게 이런 주장을 펴는 학자들의 논거다. 그러나 300명 이상을 인가내 달라는 주장은 정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이렇게 일부 대학에서 큰 몫을 잠식하면 다른 대학들로 가는 수가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 당국은 각 로스쿨별 할당 정원을 150~200명선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같은 배당이 주요 대학의 눈에 찰 리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각 대학의 반발을 잠재울 복안을 내세웠다. 시설 등을 인가에 감안하겠다는 발표가 그것이다. 일단 이렇게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대 법대. 서울 법대의 경우 정부 예산을 타 쓰는 입장이어서 로스쿨에 대한 투자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면이 있다. 특히 건물 면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 교육부가 들이민 기준은 서울대가 자칫 로스쿨을 아예 유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사진설명=시설 기준이 각 대학의 로스쿨 유치전에 명암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로스쿨 유치를 위해 건물을 새로 지은 성균관대]

천정배 의원 같은 정치인은 아예 "서울대는 연구중심 대학으로 가야 하므로 로스쿨을 주지 않는 게 맞다"고까지 공세를 폈다. 이은영 의원 등 "그 동안 법조인 배출에 기여해 온 면이 크므로 이 점도 로스쿨 배정에 고려하는 게 낫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정치인들이 있어 다행히 그간의 사시 합격자수 등 전통명문대에 메리트를 주는 평가항목들이 들어갈 수 있었다.

◆'세칭 명문대' 지고 틈새시장 뜨려나

한 술 더떠 30일, 정부는 로스쿨 배정에 있어 5대 권역을 감안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단서가 있기는 했다. 결국 서울 소재 세칭 명문대가 법학 교육을 주도 내지는 독과점하던 양상은 지역 배려라는 코드 하에 상당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지역별 할당 검토라는 문제가 맞물리고 최대 200명이라는 제한까지 붙으면서 이제 로스쿨에서는 춘추전국시대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가 약 250명, 연세대와 고려대가 180명, 한양대 150명, 성신여대 등 일부 서울소재 대학이 30~50명 등으로 검토 시안까지 있다는 것이다. 모 의원은 실제로 본지 문의에 지난 지난 9월 이미 "일부 서울소재 대학들이 미니 로스쿨이라도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며 이런 소리를 들은 바 있다.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미니 로스쿨이 등장하게 된다. 사실 미니 로스쿨은 외국에 있어서도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UCLA나 하버드, 예일 등의 유명로스쿨을 종합병원에 비유한다면, 미 서부의 클라크 앤 케이블 로스쿨 같은 곳은(예를 들어 클라크앤케이블은 환경법에 강세가 있다) 명의가 숨어있는 동네 한의원 같은 곳이다.

[사진설명=영산대학교는 작지만 강한 로스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버드 경험이 있는 이은영 의원(대통합민주신당, 한국외대 학장 역임)은 실제로 미니 로스쿨에 대한 견해에 대한 질문에 "전문 분야는 오히려 모든 대학이 각각 교수를 임용하는 것 보다 풀pool제로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외국 같은 경우 작은 로스쿨은 전문분야를 외부인사에게 맡기기도 한다"고 답했다.

이런 여러 정황은 인서울 군소 법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물론 사시 합격자 수 누적 검토라는 항목은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동국대 법대 관계자는 "일부 법대에만 유리하다"는 불평을 숨기지 않는다. 과거가 중요하냐,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볼멘 소리다. 그러나 한 대학이 가져갈 수 있는 최대 인원이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면, 자신들이 미니 로스쿨이라도 갖겠다고 타협하는 순간, 일이 쉬워질 수 있다.

이미 각 대학이 교수진 충원 러시를 일으킨 가운데, 교수진 보유수에서 일부 명문과 서울소재 군소 법대 혹은 지방대학들이 크게 차이가 없다. 대규모 법학관을 짓는 등 투자를 하면 물론 좋겠지만 법대 자체 건물 정도를 갖춘 상태라면, 배정 인원수를 타협하는 정도에서 유치하는 게 아예 올인을 했다가 실패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11월 접수 후 진검승부 시작, 특성화 시대 열리나

결국 로스쿨 인원배정 문제는 전통명문이 지고 여러 대학으로 나뉘는 가능성을 연 가운데 11월 이후 각 대학의 진검승부만이 남았다.

이제 어느 대학으로 얼만큼의 인원이 배정되는가가 해결되면, 여러 대학들이 교육부의 현장실사 단계와 서류심사에서 내세울 것이 그전같은 백화점식 법학 교육이 아닌 전문가 교육 내지 특성화 교육이 될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중앙대 법대는 중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연예 부문과 연계할 방침을, 인하대 법대는 동북아 시대의 물류 전문 법조인 양성에 주력을 둘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규모 로스쿨 교육과 일부 전문성 강조 소규모 로스쿨이 전체 법조인 양성을 분점하는 형태로 가리라는 것이다.

이런 세태에 대해 이은영 의원의 "그간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이라는 단일 배출구조로 짜여온 법조인들이 폐쇄성과 특권의식으로 뭉쳐 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로스쿨 도입은 이런 특권의식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이제 일부 출신을 중심으로 뭉치는 학연 중심의 법학교육은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남은 과제는 장학제도 확충

그러나 과제는 남아 있다. 바로 천문학적인 학비 문제. 대학을 꼭 나와야만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고, 요행 로스쿨에 입학을 해도 한 학기 1천만원대의 학비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를 졸업하지 전부터 빚더미에 올라앉기 십상이다. 장학제도의 확충이 없이는 돈에 매인 변호사들을 배출하는 제도로 전락할 위험마저 있고, 이는 결국 수임료 인하 등 질좋은 사법 서비스를 위한 제도인 로스쿨이 존재 이유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결국 천정배 의원이 지난 봄 밝힌 전체 학생 30% 장학금 지급, 전액 대출 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장학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장학 제도 역시 로스쿨 배정에 있어 평가항목이기도 하다. 과연 질좋은 교육에 풍부한 장학제도까지 갖춘 학교가 살아남을 터이다. 이런 한국 법조인 양성체제의 대수술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 "꿈은 이루어진다"일지, "꿈은 꿈이다"로 끝날지, 빠르면 연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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