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에도 통신장애…늑장대응으로 사태만 일파만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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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20일 오후에 발생한 SK텔레콤 통신장애 사태로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이용해 생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에게는 금전적 손해와 정신적인 피해까지 끼치는 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통신장애 사태는 통신망이 이날 오후 장애를 일으키면서 발생했다. SK텔레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가입자 관리를 담당하는 모듈의 장애로 야기됐다.

SK텔레콤은 “20일 18시부터 발생한 문제에 18시 24분 장애가 발생한 모듈은 복구를 완료했으나 이후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트래픽 과부하로 2차 피해를 방지하고자 과부하 제어를 시행해 이 과정에서 일부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가령 서울에 있는 A통신사 이용자가 부산 해운대에 있는 B통신사 이용자에게 전화를 걸면 모듈(HLR)이 B통신사 이용자의 기지국 위치를 파악해 A통신사에 연결해주게 된다. 하지만 HLR이 장애를 일으키면 전화 상대방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먹통 상태가 된다.

통신장애 사태로 발생한 대표적인 증상은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메시지가 뜨는 것이다. 멀쩡한 번호가 결번으로 안내된다는 것이다. 또한 망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증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문제가 발생한 HLR 장비는 20여분 만에 복구됐다고 밝혔으나 이후 전화와 데이터 송수신이 몰리면서 자정 가까이도 통화가 안 되는 이용자들이 있었다. 특히, 통신장애 사태가 퇴근시간대 발생해, 불편이 가중됐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야기한 통신장애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일주일 전에도 통신장애를 일으켜 물의를 빚었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에도 한차례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불편을 준 바 있다. 당시는 무선망과 연동되는 외부 인터넷 장비 오류가 원인이었다. 고작 일주일 사이에 이용자들에게 두 번의 큰 불편을 떠안긴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1월 기준)는 약 2744만명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수 약 5482만명 대비 50.04%를 기록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가운데 가장 이용자가 많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그러나 SK텔레콤 이용자들은 최근 연달아 발생한 사태로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이다.

SK텔레콤 이용자들만 불편을 겪은 것이 아니다. 타 통신사 이용자 역시 SK텔레콤 통신사태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SK텔레콤을 사용하는 이용자와 연락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건 SK텔레콤 가입자들만이 아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 전화가 걸리지 않자 자신이 가입한 이통사의 통신망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한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휴대전화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착각해 대리점으로 휴대전화를 가지고 갔다는 사례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타 통신사의 한 이용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퇴근 후 약속이 잡혀있어 전화를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2시간 동안 고생만 하다 집으로 귀가했다”며 “밖에서 몇 시간 동안 고생한 것은 누가 보상해주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SK텔레콤 이용자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급하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더라. 정말 답답해서 혼났다”며 “이번 사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텔레콤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안일한 사후 대응으로 혼란을 부채질한 것이다. SK텔레콤은 통신 장애가 발생한 지 5시간이 넘은 오후 11시17분이 돼서야 “장애에 사과드린다”며 사과문 형식의 보도문을 언론사에 돌렸다.

이날 통신망이 정상적으로 운영됐음에도 고객들의 문의가 오자 오후 7시30분께 “자사 통신망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고 발표한 KT보다도 4시간 가까이 늦은 것이다.

또한 공지를 하기 전까지 SK텔레콤은 장애 여부를 거듭 문의하는 언론사의 요청에 “6시25분쯤 복구가 완료됐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SK텔레콤이 보다 발빠르게 대응해 사실을 고지하고, 다른 이통사들과 협조를 구했더라면 이보다는 혼란이 덜했을 것이라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생업에 종사하는 서민들도 금전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 업무에 큰 피해를 본 대리기사들은 영업방해에 따른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21일 오전 공식 트위터를 통해 “SK텔레콤의 통신두절 사태는 대리기사를 두 번 죽인 것”이라며 “대리기사의 피눈물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식 카페에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일거리를 잡는 대리기사들의 하루 일당이 날아간 꼴”이라며 “고객과 연락이 안 돼 발만 동동 구르고 헛된 고생만 하다 시간을 보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으며 한 다음카페에는 손해배상 청구인을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한 SK텔레콤 망을 이용한 택시 등의 결제 서비스도 일부 마비돼 이용자들이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한편, 이번 SK텔레콤 통신 장애 사태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와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날(21일)에도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도 SK 통신장애, SK 통신장애 보상이라는 키워드가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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