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군사법원 국정감사장에서 김장수 국방장관에게 책을 한권 선물하였다. 제목은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자는 피우진중령.

그는 27년간 특전사 중대장, 헬기조종사등을 거친 여성장교로 작년 9월 사실상 강제퇴역처분을 받았다. 유방암 판정을 받고 양쪽 유방을 제거한 그는 정기체력검진에서도 정상 판정을 받은 후 3년간이나 정상적인 군복무를 해왔으나 “신체의 일부가 없다”는 이유로 낡은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의해 전역했다. 이 책은 계급정년을 3년 앞둔 피중령이 남은 3년의 군생활을 마치게 해달라며 싸우던 과정에서 출간됐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차례나 눈시울이 뜨거워져 천정을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지난 2-3년동안 읽은 책 중에서 이보다 더 감동적인 책은 없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27년의 청춘을 군에 바친 한 장교가 처절하게 일구어간 참된 군인의 길에 대한 보고서이다. 잉크로 써내려간 글이 아니라 피와 땀과 눈물로 점철된 몸부림의 기록이다.

억울한 퇴역처분을 당한 피중령은 무릎꿇지 않았다. 전역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지난 8월 뒤늦게야 피중령을 전역시킨 법적 근거였던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물론 새 규칙은 피중령에게 소급적용되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 10월 5일 서울 행정법원은 피중령을 전역시킨 시행규칙은 문제 있으며 정상근무가 가능한 만큼 피중령을 복직시키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제 국방부의 결단만 남았다. 국방부가 이제라도 항소심을 포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피우진 중령에 대한 항소포기로서 군이 거듭나는 계기를 스스로 만들길 간절히 기대한다.

노회찬/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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