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상품 가격을 최대 40%가량 낮춘 자사브랜드(PL:Private Label)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기획행사에서도 '가격파괴'를 내걸었다.

이마트는 개점 14주년을 맞아 사전 계약 직거래, 8개월 사전 기획, 해외 소싱 등으로 유통 단계를 대폭 축소시켜 2000여 품목을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개점 기념행사'를 이달 한달 간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행사 기간에 국내 유명 산지와 사전 계약을 통해 이 지역에서 나온 쌀 사과 귤 고구마 등 주요 농산물을 최대 30%, 오징어 동태 등 수산물을 최대 35% 저렴하게 판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신세계 이마트가 자체상표(PL)를 대대적으로 팔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제조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에 이마트의 라벨을 붙여 동급의 제조업체 브랜드(내셔널 브랜드)보다 무려 40%가까이 싸게 팔겠다는 것이다. 이에 2010년까지 매출의 23%를 PL로 올리는 등 상품 판매 전략의 새 축으로 삼는다는 구상이고,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 측은 가뜩이나 한계 상황에 다다른 중소 제조업체들은 마진이 더 적어진다는 고통을 호소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 분제는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PL 상품을 강화한 것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유통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임이 분명하나 유통업체의 PL강화는 중소기업에는 매출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과 고객의 접점인 좋은 위치의 상품진열대를 PL상품에 다 빼앗겨 판촉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대형마트가 PL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이윤추구다. 유통 경로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고,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자신들의 라벨(브랜드)로 옮기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이런 것이 결국 중소기업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유통업체가 마케팅의 3P, 가격(Price) 매장(Place) 판촉(Promotion)을 다 장악하고 있는 꼴이다.

실제로 이마트의 PL강화 이후 겨우 선방한 곳이 농심 신라면, 맥심의 모카믹스, 남양유업의 요구르트 제품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중견기업이 되려면 상품의 품질 및 기능에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 튼실한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다. 그런데 PL이 장악하면 자체 브랜드를 가진 중경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영원히 묻히고 만다.

여하튼 PL성장에 있어서 일단 소비자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PL의 성장이 누구에게 이득이고 누구에게 손해인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이다. 이것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그만큼 가격을 나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PL 업체 선정을 위해 유통업체가 구입 경로를 공개하고, 협력업체 선정을 투명하게 한다면 실력있는 중소기업이 커져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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