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강정욱 기자] 이번 월드컵으로 인해 확실히 드러난 것은 아시아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 세계 축구의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2002년 월드컵 이후 세계 대회에서 점진적으로 드러난 흐름이었다. 당시에도 터키, 한국, 미국 등이 예상밖의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으면서 '고춧가루 부대'로 활약했고 터키와 한국은 4강에 진출해 각각 3, 4위를 기록해 세계축구에 충격을 안겼다.

이번 대회에도 이변이 발생했는데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스페인의 조별리그 탈락과 코스타리카의 8강 진출이었다. 하지만 브라질의 7:1 대패로 그 주인공은 이제 바뀌었다.

독일전 대패 이후 브라질 현지에서는 대회 초기 우려됐던 월드컵 반대 시위와 분노한 시민들이 합세해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폭도로 돌변한 시민들이 버스 방화를 저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이는 브라질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축구를 숭배하는 나라며 오랜 기간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축구의 최강자로서 유럽의 대항마로 자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정도 납득가능하다. 그래도 모두가 궁금할 만한 질문은 여전히 남게 된다.

대체 왜 세계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축구 그 자체' 브라질이 7:1 참패의 피해자가 된 걸까?

여러가지 원인이 제기될 만하지만 먼저 브라질 대표팀의 전체적으로 하락한 스쿼드를 논할 만 하다. 브라질 축구에 정통한 이들은 이번대회에 붙박이로 활약한 공격수 프레드가 브라질 스타 공격기 기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확실히 과거 이른바 3R(호나우도, 호나우딩요, 히바우두의 영어 철자를 붙인 표현)의 '역대급 삼각 편대'에 비하면 이번대회 공격진의 명성은 너무도 하찮은 수준이다. 네이마르-프레드-오스카-헐크 등은 현재 축구계에선 명성이 어느정도 있는 선수지만 선배들이 보여준 천재성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브라질에는 이들 외에도 호마리우, 베베토 등 뛰어난 선수들이 거의 배출됐다. 축구황제 펠레의 시대에도 비슷한 수준들의 재능들이 그를 보좌했다. 공격수를 두고 벌이는 브라질 국가 대표팀 감독들의 고민은 다른 나라 감독들이 부러워할 행복한 고민에 속했다.

그런 탓인지 축구 약소국에서 브라질 출신 공격수 귀화역시 뜨거운 화두였다. 동시대에 뛰어난 재능들이 배출되면서 충분히 유망한 선수였지만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이들이 귀화를 해서라도 A매치에 출전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공격수들의 풍년을 짐작할 만한 부분이다.

3R시대 이후 등장한 아드리아노와 호빙요 역시 준수한 재능이었다. 특히 아드리아노는 호나우도의 대체자라 불리며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락하면서 셀레상(브라질의 애칭)에 재앙이 닥쳐왔다.

다른 이들은 네이마르의 등장으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위안삼지만 그는 아직 '미완의 대기'에 가깝다. 차기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그도 3R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선배들의 플레이를 그저 지켜만 봐야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스타 공격수 호나우도조차 10대 시절 첫 출전한 월드컵에서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봐야만 했고 이것은 한동안 브라질 스타 공격수가 받아들여야하는 숙명과도 같았다.

그렇다면 공격수 기근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경제 성장을 꼽는다.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던 빈민가 소년들이 바닷가 모래밭과 길거리에서 축구하면서 강력한 발목힘을 가지게 되어 뛰어난 개인기술의 기반으로 삼았고 이를 생게의 수단으로 삼았던게 브라질 축구의 단면이었다.

그런데 브라질이 신흥 발전국이 되면서 이같은 이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나우도를 비롯한 여러 스타 공격수들은 모두 브라질 빈민가 출신이다.

다음으로는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의 독선적인 선수 선발 방식을 들 수 있다.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에 유럽파를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렸는데 라인업을 살펴보면 네이마르가 빠질 경우 공격전개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우열을 쉽게 가릴 수 없는 수준인 다미앙, 조, 프레드 중 프레드의 주전 낙점은 차치하더라도 브라질 공격진의 질적 하락은 심각한 수준이다.

오스카는 최고 레벨의 대결에서 자신만의 능력으로 팀을 이끌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헐크 역시 힘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즐기면서 중거리슛을 선호하는 선수에 불과하다.

핵심이 되야 할 중원 라인업 역시 창조적인 면과는 동떨어져 있다. 페르난딩요, 파울링요도 번뜩이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굳은 일을 도맡아하는 팀의 살림꾼에 가깝다.

산드로도 비슷하며 구스타보의 경우 수비적인 능력으로 특화된 선수다.

수비진 역시 티아구 실바, 마르셀루를 제외하면 '믿을맨'이 보이지 않는다. 티아구 실바의 파트너 대안인 다비드 루이즈의 경우 수비보다 공격을 더 좋아하는 선수로 수차례 불안한 수비능력을 노출했다. 후보에 해당하는 단테는 좋은 수비수지만 속도 면에서 약점을 지닌다.

우측 측면 수비수인 다니엘 알베스는 노쇠함에 따라 수비적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스콜라리 감독에게는 브라질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에웨르톤을 선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에웨르톤 이외에 브라질 국내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는 눈길조차 안줬다고 한다.

다만 유념해야 할 것은 감독에 대한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브라질 축구의 몰락은 복합적인 원인을 바탕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감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기 때문이다.

이런 원인 지적으로 인해 축구계의 일대 혁신이 예고되는 브라질과는 달리 세계 축구계 호사들 사이에서 이번 주제는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로 자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공 월드컵 이후 실리축구를 택한 끝에 대패를 당한 셀레상의 선택은 공격축구로의 회귀일까. 실리축구의 유지일까. 독일 축구의 벤치마킹일까. 세계 축구팬들이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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