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공세까지 겹쳐 해외시장에서 샌드위치 상황

[투데이코리아=정다운 기자] 한국 경제가 일본의 엔저 공세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일 주식시장에서는 수출주력 기업들의 주가가 대폭 떨어졌다. '수출 한국호'가 일본의 엔화 대바겐세일에 흔들리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지난해 4월 시중자금 공급량을 연간 60조~70조 엔으로 늘린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최대 80조 엔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통화량을 확대해서 엔화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핵심정책이다. 일본은 내년 말까지 본원통화량을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355조 엔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중에 돈을 풀어 화폐가치를 떨어뜨리고, 소비세를 올려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일본의 환율공세에 거세게 비판을 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제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4일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일본 증권시장의 닛케이 평균 주가는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의 수출시장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대표적인 업종이 자동차인데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가 감소한데 반해 일본차 스바루의 경우 24.7%가 증가했다. 엔저영향으로 해외시장에서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엔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혼다와 닛산도 8~14%까지 가격을 낮추고 미국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철강·기계·섬유 업계도 긴장하기 마찬가지이다. 중국산 철강재의 공세에 일본 철강사까지 단가를 내리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유일한 생존시장이라 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와 수출부진이 이번 엔저공세로 전 산업을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 산업계에서는 조선, 건설에 이어 우리의 주력수출업종인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으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일본의 엔저공세와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에 수출 한국호가 해외시장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과도한 엔저에 대해선 국제 공조를 통해 대응하겠지만 나름대로 강구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정부가 지금까지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경우 득보다 실이 많았음을 볼때 실제로 엔저에 대한 대응책을 실행에 옮길지는 희박하다는 것이 금융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더구나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는 형국이다. 가계 빚이 1000조원을 넘어 선데다, 미국이 내년 상반기 쯤 금리를 올리려고 하고 있고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서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외환위기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기업들이 국제시장에서 홀로서기를 해야한다. 국내기업들은 이미 몇차례의 외환위기 파동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기술우위를 확보하고 원가를 절감하는 등 나름대로 내부적인 역량을 키워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정부에서 수출기업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는 기업을 지원한답시고 무조건 세금이나 깎아주는 것 보다는 정말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엔저에 맞설 수 있는 환율변동에 흔들리지 않게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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