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차별 없어지지 않는 이상 갈등 계속될 듯

[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미국내 인종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데 이어 타지역에서도 흑백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발단은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카운티 대배심(검찰의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12명의 배심원단)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달 24일 밤 9시 20분. 18세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사살한 백인 대런 윌슨 경관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하자 흑인들이 전역에서 들고 일어났다.

특히, 브라운이 총에 맞아 숨진 퍼거슨에서는 경찰서 앞에 대기 중이던 군중들이 차량을 불태우고 상점을 약탈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가 나기 전 TV에 나와 평화로운 시위를 당부했지만 분노는 그치지 않았다. 군중들은 경찰을 향해 물병을 던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경찰 차량을 불태웠다. 시내 중심가인 플로리상트 거리 상점 곳곳의 유리창이 깨지고, 모자를 뒤집어 쓴 일부 무리는 상점에 침입해 물건을 약탈했다.

이 같은 사태는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행히 폭동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에서도 대부분 흑인인 군중이 시위를 벌였다. 뉴욕에서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유니온 스퀘어에서 7번가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시카고에서도 수백 명의 흑인 시위대가 경찰본부 정문 앞에 집결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미국 뉴욕시 스탠트 아일랜드 대배심이 지난 3일 흑인 에릭 가너(43)를 담배밀매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조르기’를 하다가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가너는 지난 7월 뉴욕 스탠트 아일랜드의 거리에서 담배를 판매하다가 단속에 나선 경찰에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가너 뒤에서 목을 감쌌고, 이어 다른 경관이 합세해 바닥에 넘어뜨렸다. 당시 가너는 천식환자로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으나 경찰은 되레 머리를 짓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땅바닥에 옆으로 누운 채 수갑을 채우는데 저항하던 가너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소리치다 곧바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목격자가 찍어 인터넷에서 널리 유포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경찰이 팔로 가너의 목둘레를 잡아당겨 질식시키는 행위는 뉴욕검찰에게 엄연히 금지된 것이었다.

이에 검시관은 가너의 죽음이 살인이라고 판정하며 사인은 질식이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노조와 변호사는 가너가 체포에 불응해 경찰이 배운 방식대로 그를 쓰러뜨렸을 뿐 질식사를 시킨 것은 아니며 그의 몸이 약해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흑인들에 대한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은 미국 내의 흑백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흑인 시민들이 백인이었더라면 이러한 부당한 일을 겪지 않았을 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흑인들에게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비윤리적이고 비인권적인 처우가 결국 미국 내에서 흑백 갈등과 부추긴다는 시각이 많다. 미국 내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이러한 흑백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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