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최근 영종대교에서 국내 최악의 수준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세월호 이전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 아침 인천 영종대교 상부 도로의 서울 방향 차로에서 승용차와 버스 등 106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6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주요 언론에서 "이날 사고도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였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니 참담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확실히 이번 사고는 운영업체의 관리 부실과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다. 106중 추돌 사고의 1차 원인은 짙은 안개였다.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m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시속 100km 안팎으로 운전하던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에 당국의 안전관리가 미미한 상태로 겹쳐 발생했다.

앞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폭우-폭설-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 최고속도의 50%로 감속 원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종대교 앞 고속도로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과 과속을 단속하는 카메라가 다리가 시작되는 구간부터 설치되지 않았다. 운영 업체는 '50% 감속 운행하라'는 문구만 달랑 띄웠다.

그러니 4420m나 되는 영종대교 구간에서 짙은 안개 때문에 한 치 앞을 못 보는 운전자들은 목숨을 걸고 운전하는 셈이다. 그러기에 최대한 감속 운전을 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했어야 했다. 이런 기본을 무시하고 질주한 결과가 106중 추돌로 이어진 것이다.

영종대교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1년에도 안개 때문에 12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고질적인 안개에 대처하지 못한 도로 행정도 심각하기에 사고 규모를 더 크게 만든 주 원인이기도 하다.

영종대교 일대는 바다에서 계속 습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수시로 짙은 안개가 나타나는 지역이다. 이것을 알고도 운영 업체의 대응은 안이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뭣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 스스로가 안개가 심한 날에는 최대한 속도를 낮춰 운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날 경찰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관광버스가 비상등을 켜고 가던 승용차를 추월하다가 추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운전자들은 이런 무모한 운전습관이 대형 참사를 부르는 주된 요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사고 계기로 정부와 시민사회는 스스로의 안전의식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성찰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위험시설을 점검하고 국민에 안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부디 이번에는 후진적 안전사고에서 벗어나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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