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패터슨

[투데이코리아=유승하 기자] 지난 1997년 발생한 후 18년 동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였던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재판이 시작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8일 18년만에 시작된 재판에서 국내로 송환된 미국인 아더 패터슨(36·사건 당시 18세)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열린 패터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패터슨 측 변호인인 오병수 변호사는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씨를 살해한 사람은 에드워드 리(36·사건당시 18)"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 변호사는 "이 사건은 동기 없는 살인으로 원한과 목적이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마약, 미친람이 아니면 원인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리는 마리화나를 폈고 마약을 했으며 마약거래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패터슨에게 피가 많이 묻었고 리는 피가 스프레이처럼 묻었는데 패터슨은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패터슨의 티셔츠는 사건 이틀 뒤 압수됐지만 리의 티셔츠는 닷새가 지나서 압수됐고 세탁기에 몇 번 돌린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살인 사건에서는 칼을 먼저 뛰어들어간 사람, 먼저 나온 사람이 범인인데 리가 그랬다"며 1·2심 판결과 검찰 수사 결과가 정당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조씨가 당시 배당을 메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당시 조서를 살펴보면 배낭이 버거킹 매대에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재차 요청했다.

오 변호사는 패터슨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오 변호사는 "지난 6월 패터슨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이 살인했다고 재판을 받고 있는데 가진 게 없다, 상대방(리)은 부유한 집안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믿을 사람 없다'고 말했다"며 "패터슨은 한국 사람이다, 한국인 홀어머니가 미국에서 키운 아들이자 불쌍한 사람이다, 리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미국인 행세하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검찰 측은 "조씨를 살해하는 사람은 패터슨이다"며 패터슨의 유죄를 주장했다. 또한 검찰은 기소의 근거가 된 부검의의 의견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하기도 했다.

검찰 측은 "패터슨은 머리, 손 등 전신에 피를 뒤집어쓴 반면 리는 옷과 신발 일부에 소량의 피만 묻어 있다. 피해자 상처에 비춰 볼 때 (진범은) 전신에 피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범행에 근접한 시간에 패터슨으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친구들이 있다.패터슨이 범행 후 칼을 쥐고 범행현장에서 나온 사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애초 검사가 리를 범인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된 부검의의 추정은 '조씨에게 반항한 흔적이 없어 범인은 조씨를 제압할 정도로 덩치 큰 사람'이라는 것"이라며 "이 추정은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는 일반적 추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 참관한 조씨의 아버지는 "리와 패터슨 모두 공범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패터슨도 불쌍하고 리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들로부터 사과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죄송은 무슨, 칼을 갖고 있으면 나도 죽이고 싶다"며 그건 가슴 속에 묻어뒀던 억울함을 쏟아냈다.

아버지 조씨는 "이 사건 때문에 집안이 망하고 지난 18년 동안 매일 술 먹고 다녔다"며 "(이번 재판에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조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이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패터슨 측은 참여재판 의사를 따로 밝히지 않고 의견서를 통해 추후 의견을 말하기로 했다. [출처=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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