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불법과 탈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

[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이명희 신세계 회장(72)의 830억원대 차명주식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대주주의 '숨은주식'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차명주식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 경영성과에 역행하는 보수 등과 함께 재벌가가 안고 있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상징하는 사안이다.

올 들어 차명주식이 문제가 된 사례는 유가증권 상장사 천일고속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 신라섬유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넘나들며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유가증권 상장사 이화전기의 김영준 회장은 회삿돈 18억원을 빼돌려 차명으로 자회사 주식을 사들인 뒤 허위공시로 주가를 부풀려 이득을 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밖에도 8000억 원의 기업비리를 저지를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의 차명주식이 조직적으로 관리된 정황이 드러나 지금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차명주식 보유는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행위 등을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된다. 특히 조세포탈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 그런데도 차명주식을 가진 상장기업들은 차명주식의 존재를 증여나 상속 직전에 공시를 하거나, 아예 공시를 하지 않고 있다가 국세청 조사가 진행되고 나서야 뒤늦게 공시하고 있다.

A회계법인 관계자는 "차명주식이 발견돼 대주주의 지분율이 바뀌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며 "차명주식이 대부분 가업승계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관련법이 강화되는 추세지만 상당수의 기업이 관행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차명주식 문제가 오래전부터 사회 이슈가 됐지만, 이를 감추고 있다가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국감에서 집중 추궁하자 더 이상 감추지 못하고 실명 전환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재벌들의 불법과 탈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탈세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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