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원하고 있어"


▲사진=한·일 위안부 협의에 대해서 반대하고 위안부 피해자들 [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선다혜 기자] 지난해 12월 28일 24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한·일 위안부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타결지었다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할머니들 일이라고 정부가 한마디 논의 없이 그렇게 할 수 있으냐"며 "너무나도 분하고 생각할수록 원통하다"며 강한 울분을 토했다. 또한 일각에서도 '굴욕 외교'라며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도 한·일 위안부 협의 직후, '외교적 담함'이라고 일축하면서 정부의 후속조치 협의에 대해서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대협은 "일본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일본군‘위안부’ 범죄가 일본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관여 수준이 아니라 일본정부가 범죄의 주체라는 사실과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아베 총리가 일본정부를 대표해 내각총리로서 직접 사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독사과’에 그쳤고, 사과의 대상도 너무나 모호해서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도 이번 한·일 위안부 협의에 대해 일본의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인해 2015년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한·일 양국 사이에서 협의된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새해에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됐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 정작 피해자들이 협의 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뻔뻔한 日,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 빠진 '금전적 지원'
무능력했던 한국 정부
양국 정부의 동상이몽에 또다시 피해자 된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지난 2015년 12월 28일 진행된 한·일 위안부 협의 [뉴시스]

일본 정부는 한·일 위안부 문제가 타결되기 무섭게 일본은 대외적으로 '한·일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일본 측은 이번 위안부 협의를 통해서 위안부와 관련된 과거사 언급을 원천봉쇄하려고 들었다.

이 같은 의도는 한·일 외무장관 공동발표문에서 적날하게 드러났다. 해당 발표문에는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을 확인하며, 더이상 이 문제에 대해 유엔등 국제사회에서 비판하지 않도록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한국 정부를 통해서 과거 위안부 문제를 영원히 함구하도록 조용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같은 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전 동의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현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비인 소녀상'에 대해서 언급하며 이를 철거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협의가 체결되면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비난·비판을 자제한다' 점도 강조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한국 내에서 소녀상 이전과 관련한 내부적인 논의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가 마치 약속된 것처럼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 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적절한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기시다 외무성의 발언은) 자기들의 기대감을 표명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국내 언론을 이용해 끊임없이 소녀상 이전을 화두에 올리며 이 같은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양 보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측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지급될 금전적인 문제를 놓고도, 당초 위안부 할머니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과거 일본의 잘못에 대한 '배상금'을 이야기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배상금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설립되는 재단 역시 일본 정부의 예산이 사용되긴 하지만, 재단 설립을 주도하는 것은 한국 정부다. 결국 제대로된 사죄와 반성도 없이 예산만 지원한 채 '법적인 책임'은 피하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태도는 가해국으로서 반성은 하지 않은 잘못을 한시라도 급히 덮으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긴 세월동안 고통에 시달렸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외면한 채 또다시 오로지 말 뿐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번 위안부 협의 문제가 오로지 일본 정부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정부 역시 오랜시간 동안 끌어온 위안부 협의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무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일 위안부 협의 직후 불거지는 비난 여론이 불거지자 책임감을 갖고 충분히 설명해나가겠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위안부 협의가 타결된 뒤 청와대 "협상과정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상의를 할 수 없었던 한계는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충분히 피해자분들에게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위로와 설득은 없었다.

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이후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조태열 2차관이 할머니들을 찾은 바 있다.

이날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면한 자리에서 임 차관은 "지금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계시는데 모두 돌아가시고 난 뒤에 협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더 돌아가시기 전에,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어떻게든 결말을 지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과 미리 협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합의 전 뵙고 의논했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전날 일본이 갑자기 움직이고, 연휴가 사흘이나 돼서 따로 뵙고 의논 못했다"고 말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더 큰 상처만 남겼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번 한·일 위안부 협의를 놓고 더 울분을 터뜨리는 이유는 정부나 외교부가 언급하고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와 닿지는 않기 때문이다. 연말 연휴가 끼어 있었기 때문에 찾아뵙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는 외교부에게 피해자들이 어디서 최선을 다했다는 노력을 느낄 수 있는지 의문만 들 뿐이다.

위안부 피해자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언제쯤?
한·일 위안부 협의로 억울과 비통함만 커져
각계 각층에서 불거지는 '위안부 협상안 폐기' 시위


▲사진='한·일 위안부 협의' 폐지를 위한 시위 [뉴시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와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바는 한 가지다. 일본이 법적인 책임에 대해서 인정하고 이에 대해서 사죄하는 것. 하지만, 이번 위안부 협의 어디서도 할머니들의 깊은 한을 풀어줄 사안은 보이지 않았다. 두루뭉술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도 아닌 금전적인 지원. 이와 더불어 이번 협의가 체결된다면 '불가역적'이라는 조항에 의해 위안부 피해자들은 강제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하게 된다. 정작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들의 한은 깊어만 가는데 이를 해결할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일 위안부 협의가 타결된 이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정기적으로 갖는 수요집회는 그 전보다 더 많은 인파가 참석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위안부 협의가 부당하다는 걸 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명목상을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협의지만 정작 피해자는 없이 진행된 국가가의 '외교적 담합'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위안부 협의가 타결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에 대해서 항의했다. 위안부 협의가 타결된 날 이용수(88)할머니 정대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돈이 필요해서 이러느냐"며 "오늘 보니까 조금도 할머니들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명예회복이다. 책임지지 않고 지금 와서 뻔뻔하게 문제 해결? 보상? 아니다 배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보상은 너희가 돈 벌러 갔으니 불쌍해서 준다는 것이고, 배상은 죄에 대한 것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죄를 지었으며 마땅히 채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받지 않을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89)는 "할머니들 일이라고 정부가 한 마디 없이 논의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느냐"며 "협상을 하기 전에 할머니에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물어봐야 할 텐제도 불구하고 두 정부끼리 속닥속닥하고 사죄했다. 너무나도 분하고 생각할수록 원통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남의 일이라고 얼마나 늙은이들을 무시했으면 자기네들끼리 협상을 해가지고 타결했다고 했겠느냐. 자기네 자식들이 (위안부)로 갔다면 이렇게 쉽게 타결됐겠느냐. 우리 정부도 너무나 나쁘다"고 비판했다.

이번 위안부 문제 타결을 놓고 해외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강조하고 있는 '불가역적 조항'에 대해서는 해외 주요 논평들도 부당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LA타임즈 만평을 통해 이번 위안부 한·일 위안부 협상이 적절하지 표현하기도 했다. 만평에서는 위안부 소녀상의 입은 검은색으로 막혀 있으며, 소녀상의 빈 자리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에게 보낸 쪽지가 놓여있다. 쪽지에는 위안부 재단 관련 예산과 'Sorry(미안)'이 적혀있다. 해당 만평에는 "Sorry and shut up(미안해 그러니 이제 닥쳐)"라고 써 비판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만일 한·일 위안부 문제가 이대로 합의된다면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동안의 노력은 허사가 된다. 지금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은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유럽·미국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과거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만행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도 벌여왔었다.

때문에 이번 위안부 협의안 폐기를 주장하는 시위 역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일 종로구에서는 한·일 위안부 협상을 파기를 주장하는 13개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이 있었다.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로 이뤄진 13개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한일협상규탄대학생대표자 시국회의'는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국가의 주도하에 자행된 전쟁 범죄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이행하라"촉구했다.

또 지난 7일에는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동시다발 수요사회'가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이들은 "한일외교장관회담을 거쳐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협상은 일본 정부와 군대의 책임을 외면하고, 불가역적 협상임을 내세워 일본 정부에게 영원히 면죄부를 주는 굴욕적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개인사나 개인적인 아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가 가지고 있는 있는 아픔이며, 치유해야 할 상처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가 피해자들만 소외시키 채 위안부 협의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 뿐만 아니라 위안부 협의 철회를 촉구하고 국민들에게도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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