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대한항공…노선 줄이며 조직 슬림화에 나선 아시아나

[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저가항공(LCC)의 약진, 높은 외화 차입, 유가 변동성의 3대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정반대 행보로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나섰다.

한 쪽은 신규 투자를 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삼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쪽은 허리띠를 바싹 조이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항공사(FSC)인 양사는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 악재 등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 들어서도 대내외적인 여건이 좋지 않다.

물론, 최근 저유가 영향으로 일부 실적 개선은 이뤄졌다. 그렇지만 악재가 너무나 많다. 일단 저비용항공사의 도전이 너무나 거세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저비용항공사의 세 확장으로 대형항공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저비용 항공사 국내 여객 운송량은 137만명으로 106만명이 이용한 대형항공사(FSC)를 넘어섰으며 국제선 운송 실적의 경우 대형항공사가 지난해 11월 전년의 같은 기간보다 10.3% 늘었지만 저비용항공사는 54.6% 증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는 국내 대형항공사들에게도 충격적이다. 항공과 해운은 값비싼 항공기와 선박을 돈을 빌려 구입하는 업의 특성으로 달러 차입금이 많고 외화부채가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저체 차입금이 15조4900억 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외화부채가 11조5900억원이었다. 전체 차입금의 70% 이상이 외화 부채다.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면 환율변동에 따라 막대한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대한항공은 저가 항공사 등장에 따른 경쟁 심화와 외화환산순손실 등의 여파로 지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심각하다.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849억원, 당기순손실 879억원을 기록했는데 부채 규모는 8조1893억원이고 부채 비율은 856.5%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이자는 1500억원 정도인데 지난해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갚지 못한 셈이다.

양사의 대표들도 위기를 잘 알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들어 “철저한 위기 대응 능력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생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지난해 말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직원들에게 영상메시지로 “영업으로 번 돈으로 빌린 돈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취약한 손익구조가 4년간 이어지며 부채비율이 1000% 수준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형항공사들은 올해 들어 새로운 조치들을 취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을 제시했다. 그런데 위기 극복 방안의 방향이 전혀 다르다. 대한항공은 공격적인 모습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수비적인 태도를 취했다.

대한항공은 신규 투자를 늘리다. 조 회장은 “선도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나서 모든 서비스를 고객 눈높이에 맞추라”고 지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도입을 시작한 차세대 기종 ‘B747-8i’ 등의 신형기를 도입한다. 조 회장은 2019년부터 13조원을 들여 차세대 항공기를 100여대를 들여오기로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퍼스트클래스 질을 높여 비즈니스 수요를 적극 흡수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LA에 73층 규모의 윌셔그랜드 호텔 신축 프로젝트도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한다.

반면, 아시아나는 몸집을 줄인다.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이 밝힌 경영정상화 방안을 토대로 살펴보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노선구조조정, 조직 슬림화, 항공기 업그레이드 등에 나선다.

신규 노선 계획도 현재까지 없으며 되레 새로 출범하는 제2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에 일본 지선과 동남아 심야노선 등 11개 노선을 순차적으로 넘긴다. 또한 오는 2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3월에는 양곤∼발리 운항을 중단할 예정이다.

조직 규모도 슬림화한다. 국내 23개 지점은 14개 대표 지점으로, 해외 128개 지점은 92개 대표 지점으로 통합하며 집중 관리가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업무들은 전문업체에 위탁할 방침이다.

대한민국의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다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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