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의 냉혹한 시선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여기 15명의 아내와 아이들을 가진 한 남자 그레고리(뱅상 카셀 분)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자들과 그 자녀들을 하나둘 데려와 생활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다. 아내들은 살림을 꾸리고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고 공부하면서 세상 걱정 없이 밝게 자란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가 만든 규칙에 절대 복종해야 하고 바깥세상에 나가서도 안 된다.

위선과 거짓으로 지어진 왕국

영화는 그레고리의 극단적인 신체 쇼트로 시작한다. 근육질에 구릿빛 피부, 거친 손. 이는 막노동꾼 하위 계층임을 암시하다. 그는 험한 바깥세상을 피해 안락한 안쪽 세상으로 도피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바깥세상은 아주 위험한 곳이고 자신은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너희들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때문에 너희들은 나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식의 독재자의 논리다.

11살 알렉산더(제레미 사브리엘 분)는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서 그레고리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10살 무렵부터 청부살인을 시작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 그의 살인에는 어떤 죄책감이나 망설임이 없다. 마치 북한이 핵으로 이득을 챙기듯 그레고리는 감정 없이 살인을 하는 인간 병기로 왕국의 살림을 꾸린다.

바깥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튕겨나간 그는 위선적이게도 번식이나 욕망으로서 아내들을 거느리고 생산으로서 아이들을 교육시켰다. 그리고 세뇌당한 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줬다. 이는 폭력의 악순환이다. 폭력의 피해자인 자신이 아내들과 아이들을 억압한다. 결국 피해를 당하는 것은 영혼을 빼앗긴 아이들과 아이들의 손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다.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리즘의 공포

201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계 각국의 10대들이 ‘IS’에 가입한 사건이 떠오른다. ‘IS’는 대표적인 테러 집단으로 납치, 인질, 성노예, 테러 등 잔혹한 방법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아이와 여자도 가리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로 유인하는 것은 그레고리의 왕국을 유지시키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테러리즘의 역사는 매우 깊다.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나 칼리굴라는 정적의 기세를 꺾어 자신들의 지배에 복종시키는 수단으로 추방 및 재산몰수, 처형 등을 사용했다. 좀 더 넓게 본다면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모든 전쟁들도 일종의 테러라고 할 수 있다. 1,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냉전시대를 관통하면서 점차 민주주의가 정착하게 되면서 테러라는 극단적 수단은 정치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테러리즘이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대화를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자본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테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구 열강에 밀리고 억압 받고 배제된 나라에서는 여전히 테라가 중요한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된다. 최근의 ‘IS’는 자본주의의 억압과 종교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중동 지역에서 주류가 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 테러 집단이다.

결국, 원인은 고대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하위 층에 대한 지배계급의 억압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돈에 의한 층위가 갈린다.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주변국들에 억압을 가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지배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테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괴물의 역습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테러리즘’과 억압적 ‘자본주의’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다. 알렉산더는 비록 그레고리의 쇠뇌 교육을 받았지만 자연스럽게 성장하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그의 첫 살인 장면이 간결하고 명료했다면 두 번째 살인 장면은 길고 주저하며 망설인다. 살인을 위해 나간 바깥세상에서 달콤한 초코릿을 처음 먹어보는 장면은 이전에 알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새로운 앎 그리고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깨닫는 순간이다.

알렉산더는 이제 예전의 그가 아니며 그레고리에게서 배운 잔혹할 정도의 냉정함과 보다 달콤한 세계에 대한 욕망을 동시에 갖게 됐다. 그래서 이 영화의 앤딩은 무섭도록 차갑운 충격파를 전달한다. 알렉산더의 그 냉정한 표정과 그가 겨눈 싸늘한 총구. 결국 알렉산더는 지배적 세계와 테러리즘이 만들어 낸 아찔한 괴물이다. 그 괴물이 아버지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경고하는 것이다.

<사진제공 =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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