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자 간담회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3월 29일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날, 보러와요>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영화는 정신보건법 24조에 따라 실제로 자행되고 있는 불법 감금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다. 이 법은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의견이 있으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수아(강예원 분)는 누군가에 의해 한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106일째 되는 날 병원에 화재가 발생한다. 같은 날 강병주 경찰서장이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고 현장에서 강수아는 살인혐의로 체포된다.

그로부터 1년 뒤, 시사 추적 프로그램 PD인 나남수(이상윤 분)에게 의문의 수첩 하나가 도착하고, 그는 수첩에 적혀 있는 이름 ‘강수아’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의문들은 쌓여만 가고 강수아는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과연 수아의 말은 진실일까?

영화가 묵직한 사회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고 영상도 자극적이었던 탓에 상영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질문들이 크게 두 지류로 나뉘어졌다. 하나는 ‘스릴러 영화 속에서 사회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극적인 묘사들이 많은데 배우들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가’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는 캐릭터들

이철하 감독은 “사실 이 영화는 상업영화로서 관객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만들었다”며 솔직하게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사건을 접하고 실제로 몇몇 사설정신병원들이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다. 수아를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약자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이해하면 관객들도 뭔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감독은 “왜 수아가 감금 상황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했고, 현장에서도 모든 배우들이 감정에 최대한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관객들이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영화에 많을 것을 꽉꽉 채워 넣으려고 노력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폐쇄된 공간의 다양한 ‘광기’들을 연기한 배우들

강예원

영화에서 정신병원은 치료의 공간이 아니라 온갖 욕망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광기의 공간이다. 정상이었던 수아는 분노와 공포로 미쳐가고 정신병원 원장인 장 원장(최진호 분)은 제동장치 없는 욕망을 가진 괴물 같은 존재다. 한편으로 비교적 정상적인 일반인으로서 남수는 수아를 만나면서 광기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

이상윤은 “수아가 겪은 끔찍한 일들은 관객들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남수는 수아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의 과정을 함께 하는 인물로서 그 힘든 여정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강예원은 “영화를 보니까 그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라며 “수아의 감정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과 악, 증오, 배신, 복수에 이르기까지 급변하기 때문에 각 씬을 찍을 때마다 그 상황에 맞는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힘들었다”고 밝혔다.

최진호는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폐쇄성이 있기 때문에 제가 과도하게 연기를 하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그 일정한 선을 지키는 것에 집중을 많이 했다. 나머지 대사나 동작 등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모호한 기준

이상윤

그리고 배우들에게 각자 생각하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각자 맡은 캐릭터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이상윤은 “나남수가 조작방송도 했었고 다시 복귀하기 위해 편법을 쓰기는 했지만 그것이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좀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욕심을 부려 본 경험이 있지 않나”라고말했다.



최진호

최진호는 “배우로서 제가 보는 장 원장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다”라며 “악역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역할에 대해서 감각이 둔해져서 그런 것 같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주로 악역을 많이 맡는 배우들은 자기 배역에 대한 보호본능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장 원장도 이사람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 모습이 찌질하게 보이든 거칠게 보이든 나름대로 세상을 바득바득 기어서 조금씩 올라가서 돈을 모으고 욕심을 채우며 사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릴러라는 틀 안에서 사회문제도 부각시키고 배우들의 풍부한 감정 연기도 이끌어 내고 장르적 재미도 만들려는 영화적 시도가 돋보이는 영화 <날 보러와요>는 4월 7일 한다.

<사진=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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