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학생회 “학생도 엄격한 윤리적 기준 적용해야”


▲ 성균관대학교 '2016학년도 수시모집 전략설명회'

[투데이코리아=박고은 기자] 지난 2011년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현재 성균관대 의대에 재학 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로 출교 조치를 받은 박씨(28)는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본 뒤 정시모집을 통해 성균관대 의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박씨는 자신이 늦게 입학한 이유에 대해 "다른 대학 이공계 학과를 다니다 자퇴했고, 군대를 다녀오느라 늦었다"고 설명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박씨의 이름과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 실명이 같은 것을 의심한 한 동급생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이후 동급생들은“성범죄 사건 가해자가 의사가 되기 위한 학업을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결격사유"라고 주장하며 학교에 출교(黜校)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 지난 5일 총회를 열었다.

투표 결과 36:24로 출교를 시키자는 의견이 더 많았고 이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

또한 동급생들은 출교 조치 외에도 박씨와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실습조 편성권을 갖게 해달라고 학교 측에 건의하기로 결의했다. 박씨와 같은 실습조가 돼도 괜찮은지 여부를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은 "박씨의 출교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불가능 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습조에 대해서는 “학장의 승낙하에 조 편성권을 학생들에게 위임하겠다”는 답을 학생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지만 학교는 계속 다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의대 학생회는 “학교 당국과 무관하게 학생 자체적으로 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재를 생각해보자”며 의대생 전체 23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일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65명의 학생들은 "의과대학은 의료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의대 학생에게도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의대 교육과정상 환자를 마주하는 실습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데 이때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이러한 성범죄 전과가 정확히 고지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또한 "앞으로 의대생 선발에 있어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엄격한 절차를 마련하여 재발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성범죄 전과자가 의사가 되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 의사면허 취득 제한 대상은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한정치산자, 금치산자,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후 형 집행이 끝나지 않은 자,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자로 돼 있다.

박씨는 2014년 성균관대에 정시 전형으로 합격했다. 정시 전형은 서류 심사와 면접 없이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하기 때문에 학교 측이 박씨의 전력을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은 지난 2011년 고대 의대 남학생 3명이 함께 여행을 간 여학생 1명을 집단 성추행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건이다.

고대는 가해 남학생 3명에게 출교 처분을 내렸고 재입학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가해 남학생들의 실명이 공개됐다.

당시 한 가해자 부모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묻는 설문지를 돌리는 등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고, A 씨 등은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항소를 거듭하는 등 형량을 낮추려는 행태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히 박씨는 피해자가 깨어 있는지 확인하고 자리를 옮긴 피해자를 쫓아가 계속해서 추행하는 등 가해자 가운데 가장 죄질이 나빠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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