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권력 동원은 국민적 합의 및 사회적 공감대 있어야”

[투데이코리아=충정취재본부 이범석기자]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책은행 재원 확충을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양적완화를 해야한다는 발언 이후 한은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서 재정의 역할을 하려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통화정책 담당)는 지난 30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에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한국은행도 구조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국형 양적완화는 통상적으로 중앙은행 사람들이 하는 양적완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정을 동원하는 방안은 국회 동의절차 때문에 오래 걸리는 반면 한은을 동원한 방법은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청와대와 정부 시급성에 대한 주장은 여러가지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아무리 시급해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구조조정 재원 조달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은 한은의 발권력이 아닌 추경 편성이나 공적자금 투입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며 이 과정에 철저한 국회 심의를 거쳐 핵심산업 부실화에 책임이 있는 정부 및 국책은행 책임자 문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이어 한은까지 박 대통령의 지시를 사실상의 거부하면서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는 조심스런 분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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