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국민, 나에게 보탬이 되는 대통령이 과연 누굴까 따져야

<정우택 논설위원>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BBK 동영상이 공개됐든 말든, 대통령이 BBK 재수사를 지시하든 말든, 우리는 누군가를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한다. 치고받기도 모자라 쇠사슬과 전기 톱날까지 등장한 정치판'의 모습이 비록 '개판'이라고 하더라도 선택은 해야 한다.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젊은이가 차라리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없다면 나라가 망할까 더 잘될까? 라는 황당한 질문을 하고, 국회를 없애 버리고, 거기에 채소나 심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청와대도 유치원 아이들 소풍 장소로 바꿔버리는 게 어떨까하는 과격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택은 꼭 해야 한다.

내가 던지는 한 표, 한 표가 나 자신은 물론 국가의 앞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쇠사슬로 국회를 잠그고, 전기톱으로 문을 박살내고, BBK 동영상 파문의 소용돌이에 가슴이 저려오지만 선택의 시간은 다가왔다.

우선 돌아가는 꼴을 좀 보자. 대선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터진 BBK 동영상이 파문.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지난 2000년 10월 광운대 최고 경영자과정 강연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공개한 동영상은 이 후보가 “제가 한국에 다시 돌아와 인터넷 금융회사를 설립했다.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하고...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이 후보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신당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은 일제히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실체적 진실과 다른 폭로공세에 불과하다며 대응했다. 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이 100억의 돈을 요구한 공갈 협박범에 놀아나고 있다고 역공을 퍼부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동영상 보고를 받자마자 정성진 법무부 장관에게 BBK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을 발동하도록 지시했고 이명박 후보는 16일 밤늦게 BBK 특검을 전격 수용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검찰은 16일 밤늦게 까지 재수사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17일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 검찰은 “정치적인 이유로 검찰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했다. 검찰이 대통령의 재수사 지시를 거부한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기분 좋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 대통령을 뽑기보다 '이 판국에 누굴 찍어야 하느냐'며 고민을 하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선택이 더 어려울 것이다. BBK는 이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갈수록 상황이 꼬이기 때문에 국민들 각자가 스스로 옳고 그름을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많다면 특검 결과를 봐야 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검찰이 이미 발표한 수사 결과를 믿든지, 아니면 동영상을 근거로 맹공에 나서고 있는 반 이명박 진영을 믿든지 둘 중에 하나를 찍는 수밖에 없다. 뭐가 뭔지 헷갈리지만 투표는 해야 한다.

국민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동정심이나 감정, 군중심리에 휩싸이지 말고 냉철하게 판단하자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당사자가 있고, 이를 믿는 사람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국가에 비전을 주는 후보를 선택하자. 지금 국민들이 어려워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꿈을 주고, 실제로 국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보다 국민을 생각하는 후보를 택하야 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개인의 삶도 그렇고, 국가의 미래도 그렇다.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들의 아픈 데를 긁어주는 대통령을 뽑으면 나라가 발전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국민들은 죽어난다.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로 기록을 남길 것이다. 우선 11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대선을 향해 뛰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대선 직전까지 싸움판을 벌였다는 점도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인신공격이 유별나게 많았던 점도 신기록일 것이다. 좋은 신기록이 아닌 나쁜 신기록을 달성하고 말았다.

정치인들이 하는 꼴을 보면서 아무리 열을 받아도, 우리는 냉정하게 과연 누가 그나마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고, 또 나 자진에 도움이 될지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싸움꾼 대통령 보다 보다 일꾼 대통령을 뽑자.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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