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해웅 기자] 대법원이 복면과 두건 등으로 신체의 일부를 가린 채 불법시위를 하는 사람을 현행보다 무겁게 처벌하기로 했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진강)는 전날 제74차 전체회의를 열어 복면 등을 착용하고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지른 경우를 ‘일반 가중’ 양형인자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무집행방해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의결했다.

의결된 수정안은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국회 등 관계기관의 의견조회를 거쳐 다시 양형위에서 논의한 후 확정한다.

수정안에 따르면 신원 확인을 피하고자 복면 등으로 신체 일부를 가리고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지른 사람은 징역 6개월부터 1년6개월 사이에서 선고 형량이 정해진다.

복면 착용 자체는 양형 범위 안에서 가중 요소로 고려되기 때문에 최대 양형인 징역 1년6개월에 가까운 형으로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관계자는 “양형위원회가 권고 형량 자체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은 공무집행방해를 계획한 사람에 한해 가중을 하기로 했다. 애초에 신분을 숨기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려는 사람에게만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양형 기준 수정에 대한 논의는 청와대와 검찰이 지난해 11월 14일에 진행된 이른바 ‘민중총궐기 대회’ 뒤 복면 시위자 처벌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복면을 한 시위대가 광화문광장을 점거하고 경찰 버스를 파손했다.

양형위는 복면 시위자 양형기준과 관련하여 올해 4월 72차 전체회의에서 심의한 뒤 지난 7월 73차 전체회의에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위원들 간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 의결하지 못했다. 74차 회의에서도 의견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결된 수정안에 따라 전국의 각급 법원은 공무집행방해범 중 복면착용자에 대한 선고형을 결정할 때 복면 착용 여부를 참고 사항으로 고려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복면 착용 불법 시위자를 가중처벌토록 의결한 것 자체가 사실상 기본권 보장 문제에 있어선 상당히 후퇴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중견 변호사는 "양형위는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혹시라도 위축될 소지를 차단했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무엇보다 법률이 아닌 양형으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는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치권이 복면금지법 등을 합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는데도 청와대 등의 압박에 못이겨 결국 양형 기준 강화부터 한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어 앞으로도 대체 입법 논란 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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