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文 앞 주판알 튕기는 非文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반기문 대세론'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0~14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는 20.1%로 당내 2위인 박원순 서울시장(6.0%)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이재명 성남시장(4.6%), 안희정 충남지사(3.9%), 손학규 전 상임고문(3.0%), 김부겸 의원(1.9%) 순이다(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중 손 전 고문은 20일 더민주 탈당을 선언했다.

더민주 대권잠룡(潛龍) 중 친문(親文) 인사는 안 지사다.

안 지사는 표면적으로는 "친문·비문(非文) 모두 뛰어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의 인연과 "지도부 친문 일색은 현실" 등 발언을 고려할 때 사실상 친문으로 분류되고 있다.

박 시장, 이 시장, 김 의원은 비문계다. 이들은 정부여당이라는 자당(自黨)의 '공통의 적' 앞에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고 있지만 테이블 아래에서 칼을 갈고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은 없다"며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추미애 대표 등 친문계가 장악한 당 지도부 화력을 받는 문 전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당원 입김이 거센 경선은 본선보다 더한 '조직 싸움'이기에 지도부 지원이 없는 비문계 후보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문 전 대표가 연루되면서 판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 때 20%대에 복귀하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오차범위 내로 근접했던 문 전 대표 지지율은 20일 리얼미터 발표 여론조사 결과 18.5%로 하락했다.

문 전 대표는 2007년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당시 '북한 결재'를 받았다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폭로에 "북한과 접촉 후 기권했다"에서 "기억이 안 난다"로 말을 바꾸는 등 궁지에 몰린 처지다.

비문계 후보들은 더민주 콘크리트 지지층 결집을 위해 겉으로는 송 전 장관과 그를 지지하는 여당을 비난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손가락혁명 동지들'이라 부르는 지지층과의 대규모 회동을 15일 발표했다. 15일은 송 전 장관 폭로가 언론에 공개된 지 약 하루 만이다.

청년층이 다수인 부동 지지층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소통 능력'을 부각시킴으로써 문 전 대표 지지 청년층의 표심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김부겸 의원은 "송 전 장관 회고록 논란은 무책임한 짓"이라고 일단 야당을 비난했지만 지난 12일 제시한 "문재인 리더십 문제" 주장을 물밑에서 한 층 밀어붙이고 있다.

국정감사 위증 논란으로 여당으로부터 고발당한 박원순 시장은 자기 처신에 집중하고 있지만 비공식석상에서 문 전 대표 위기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은 문 전 대표 논란과 관련해 규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내년 대선까지의 장기전을 예고해 비문계의 '손익계산'은 한 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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