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폐허를 뚫고 北美시장의 霸者까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인구 3억 명의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뉴욕은 알려지다시피 세계 금융의 중심지다. 로스앤젤레스는 영화산업 등 문화의 메카다.

모두가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꿈꾸며 앞 다퉈 북미 대륙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정치사상적으로 적대 관계인 중국에서도 약 4천만 명(2010년 기준)이 미국으로 향했고 지금도 발길을 옮기고 있다.

2014년 미 브루킹스(Brookings)연구소의 세계 주요 대도시권 경제규모에서 뉴욕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1조2100억 달러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일본 도쿄(東京)보다 인구가 절반 가까이 적은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3위인 LA, 8위인 시카고 등 10위권 대도시 중 다수가 미국에 있다. 더구나 북미 대륙은 한국이나 일본, 영국, 프랑스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이 같은 풍부한 영토, 자원, 자본을 기반으로 미국은 경제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GDP는 2016년 기준 18조 달러(약 2경457억 원)로 중국(11조 달러), 일본(4조), 영국(2조), 프랑스(2조)를 합친 것과 거의 같다.

미국 중산층은 풍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TV, 자동차, 휴대전화 등 다양한 소비에 나선다. 자본은 끊임없이 돌고 돈다.


알려지다시피 대한민국은 일제(日帝) 식민지배와 6.25전쟁 등을 거쳐 미국의 원조로 겨우 버티는 나라였다.

"기브 미 쪼꼬렛(초콜릿)"과 "꿀꿀이죽(유엔탕)"으로 회자(膾炙)되는 50~60년대 한국은 미국 시장 진출은 커녕 제대로 된 물건 하나 만들기 힘든 처지였다. 기술력은 전무(全無)했고 그렇다고 해서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우리나라에게 미국 시장 진출은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 백 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물은 깨끗해지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을 뜻함)'이었다.

그러나 피폐해진 국토 위에서도 한민족의 끈기와 도전의 혼(魂)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70년대 한강의 기적, 80년대 서울올림픽 유치 등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들이 현실화되자 북미 시장 석권도 더 이상 꿈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진출 발판 마련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경련(全經聯. FKI)과 정부 및 여러 대기업들이 있었다.

전경련은 93년 중순 워싱턴에 현지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현지사무소를 통해 미국 정재계 및 학계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공식 로비가 이뤄졌다.

이듬해에는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조세(租稅)부담 경감에 성공했다. 미 국세청(IRS)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해 적용하려던 비교가능이익법(CPM) 대신 기존의 이익분할법(PSM)을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CPM은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 미국 내 동종(同種)산업 평균이익률을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대로 하면 미국 기업들의 평균이익률 기준에 맞춰지게 돼 엄청난 세금 부담을 안게 될 우려가 있었다.


전경련 등의 노력의 성과로 95년 10월 28일 우리나라는 드디어 수출 '1천억 달러' 시대를 맞았다. 세계 12번째로 이룬 성과였다.

1천억 달러 이상을 거둔 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소수의 선진국 뿐이었다. 전쟁으로 온 국토가 파괴된 지 불과 약 40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2007년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이어 최근에는 3만 불 시대를 목전에 두는 데 이르렀다. 이 같은 성공에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석권 영향이 컸다.

삼성은 전경련과의 공동노력과 이건희 회장의 지도력으로 2007년 상반기 미국 디지털TV 시장점유율에서 20.2%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30년 숙적(宿敵)' 일본 소니(19.6%)를 압도했다.

올해 삼성 휴대전화 브랜드인 갤럭시 시리즈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40%대로 올라서면서 애플(25%)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2016년 글로벌 회계·컨설팅자문사 KPMG인터내셔널은 북미 지역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 성장잠재력이 55%로 도요타(49%), 폭스바겐(54%)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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