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어 상위 '탄핵' '하야'…대학가 시국선언 확산


▲사진=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시민사회 합동기자회견'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 박고은 기자]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무려 44개의 대통령 연설문을 발표 전 미리 받아봤다는 JTBC 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각계각층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하야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공직에 있지 않은 인물이 단지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으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 국가 안보 기밀, 청와대 각종 보안 자료 등을 보고 받고 심지어 인사‧정부 조직에도 개입한 정황이 나오면서 보수층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17.5%대로 곤두박질쳤다.


27일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의뢰해 주간 정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7.3%p 폭락한 21.2%이며 부정평가는 8.6%p 폭등한 73.1%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울산), 60대 이상, 보수층까지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또한 리얼미터는 ‘최순실 씨의 비선 개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조사하기도 했다.


집계 결과 ‘하야 또는 탄핵’ 응답이 42.3%로 가장 많았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 인적 쇄신’은 21.5%를, ‘대통령 탈당’은 17.8%를 각각 기록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음에도 당일(25일) 인터넷 상에서 ‘탄핵’, ‘하야’라는 구체적 요구가 검색어 순위에 장시간 있었던 것을 보면 민심이 격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날(26일) 박 대통령 탄핵과 하야, 정권 퇴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시국선언으로 이어졌다.


시국선언은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서강대, 경희대, 서울대 등 서울을 비롯한 지방 소재 각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규탄 이화인 시국선언'을 했다.


이대 학생들은 선언문을 통해 "비선실세 최순실의 자녀가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하고 온갖 비상식적인 학사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며 "이번 사태는 헌정사상 최악의 국기문란·국정농단이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불법 문건 유출과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을 인정했다. 어떻게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라고 지탄했다.


이어 박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총학도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선배님께서는 더는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시국선언했다.


대학생은 물론 교수진까지 시국선언을 예고하고 있다. 성균관대 교수들은 오늘(27일) 오전 9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으며 이어 서울대, 경북대 등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심지어 지난 26일에는 대학생 단체의 국회 기습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탄핵 대학생 운동본부’는 국회에서 기습시위를 열고 "국회는 민의를 받들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켜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고 야권은 탄핵준비해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가시스템 파괴 범죄행위는 대통령이 자백했으니 야권은 탄핵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며 "헌정파괴 국정문란, 통치시스템 파괴, 국가위기 초래 책임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위와 지도력을 상실한 대통령이 국가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의 불행이자 위험이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대통령 권한을 양도하고 하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글은 5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직접적으로 탄핵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금은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 대통령 탄핵을 논의할 때”라면서 “탄핵 의결은 국회의원 2/3 이상이 필요하지만 탄핵소추안은 재적 과반수로 발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여론이 분출한 것이 박 대통령에 대한 충격과 실망으로 인한 응집된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박 대통령은 설득보다는 돌파형이었고 국민 존중을 별로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국민들은 그런 방식에 대한 불만이 켜켜이 쌓여갔고, 그 불만이 이미 총선 때 한 번 표출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성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마디로 말해서 '어이상실'일 수 밖에 없다"며 "탄핵과 하야가 실시간 검색어(실검) 1, 2위를 차지하는 것은 도저히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응집된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4조를 보면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로 밝혀지면서 이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하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펼치고 있다. 27일 그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당시 야당이 탄핵을 가결시켜 역풍을 맞은 것을 기억한다"며 "우리가 재야, 시민단체, 학생들이나 일부 흥분한 국민처럼 탄핵과 하야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본래 특검은 검찰의 수사를 압박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이미 박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라고 신중히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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