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에서 男娼으로, 그리고 '비선의 남자'로

[투데이코리아=이주용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이 검찰에 구속된 가운데 그가 구축한 '왕국(王國)'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도 십수 명이 연루되어 있어 그들이 누구인지 한 눈에 파악하기는 지금으로서도 쉽지 않다.

본지(本誌)는 최순실의 주변인물들이 어떤 인물인지, '왕국'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장기간에 걸쳐 하나하나 짚어보려 한다.


고영태 씨(1976~)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알려지는 바에 따르면 고 씨는 펜싱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등 한 때 체육계 유망주였다. 96년 8월 아시아청소년 펜싱선수권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사브르(sabre) 종목에 출전해 개인·단체전 결승까지 올랐다.

그러나 유년 시절부터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등 생활고를 겪었던 고 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유흥업에 나섰다.

2000년 무렵 '고민우'라는 필명(筆名)으로 광주에서 '호스트바(여성에게 남성이 서비스하는 업소)' 접대부로 일을 시작한 그는 부산으로 진출해 룸살롱 등을 전전했다.

2006년 무렵 서울로 올라와 강남구 청담동·논현동 등 소재 호스트바에 '츄라이(면접)'를 다녔다. 화류계에서 이름을 떨치던 마담과 사귀면서 수입 명품가방 장사를 한 적도 있다.

2008~2009년 청담동 구(舊) 엠넷 빌딩 인근 P술집 등에서의 근무를 끝으로 '베테랑 남창(男娼)' 생활을 청산하기까지 과정에서 최순실 씨를 만났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알려지는 바에 따르면 무려 20세 연상인 최 씨와 '반말'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최 씨가 '최서원'으로 개명한 후 최서원과 고영태에서 한 글자씩을 따 '고원 기획'이라는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최 씨 후원으로 고 씨는 2008년 패션 잡화 브랜드 '빌로밀로'를 런칭했다. 예능 프로를 통해 브랜드가 널리 알려졌으며 2013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이 브랜드 가방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2009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는 등 물의를 빚던 고 씨는 2014년 전후부터 최 씨와 사업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고영태 씨의 호스트바 접대부 시절 모습(맨 왼쪽)으로 알려진 사진


2014년 7~11월 사이 고원기획, 2015년 2~11월 사이 모스코스, 2015년 8월 코어플랜 등 법인을 세우는가 하면 최 씨 회사인 더블루케이 상무이사로도 채용됐다.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 자금을 빼돌리는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블루케이가 K재단 사업을 독점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고 씨는 최 씨의 국고(國庫) 횡령에 협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고 씨는 최 씨와 함께 국정(國政)을 농단했다는 혐의도 샀다. 최 씨가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받아 검토하는 비선모임에 고 씨는 자주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때 '몸으로 대화하는 사이'였다는 의혹을 산 두 사람 관계는 CF감독 차은택 씨가 끼어들면서 멀어졌다.

알려지는 바에 따르면 고 씨가 차 감독을 소개한 후 두 사람 사이는 멀어졌다. 고 씨는 최 씨가 자신을 종종 인격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 씨는 지난 10월 19일 JTBC 인터뷰에서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건 (대통령) 연설문 뜯어고치는 것"이라 폭로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고 씨는 논란이 확산되자 애인이 있는 필리핀으로 거처를 옮겼다. 필리핀은 '청부살인'이 일상화 된 곳이라 고 씨 생사여부가 불투명해졌으나 같은 달 27일 자진귀국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에 임했다.

고 씨 실명과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자 화류계에서는 "가라오케 호떡(호스트바의 은어)이 정계 거물이 됐다"며 황당해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고 씨가 기업인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지만 최 씨와 차 감독에 묻혀 크게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최·차 두 사람은 직접 나랏돈을 쥐고 흔들면서 국정에 깊숙히 개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새롭게 드러난 의혹에 의하면 최 씨가 대통령 의상을 고르는 영상도 고 씨가 몰래 촬영한 것이다.

이 영상에서 최 씨는 치킨 기름이 묻은 손으로 담배를 피면서 대통령 옷을 매만졌다. 박 대통령은 이 옷을 입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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