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때부터 權力 군림.. 12월 7일 崔와 증인대에

[투데이코리아=이주용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이 검찰에 구속된 가운데 그가 구축한 '왕국(王國)'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도 십수 명이 연루되어 있어 그들이 누구인지 한 눈에 파악하기는 지금으로서도 쉽지 않다.

본지(本誌)는 최순실의 주변인물들이 어떤 인물인지, '왕국'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장기간에 걸쳐 하나하나 짚어보려 한다.


김기춘(1939.11~)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정희 정부 때부터 두각을 드러낸 공안검찰 출신이다. 당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가 정도로 여겨졌으나 최순실 일가(一家)와의 '30년 인연' 의혹이 나오면서 눈도장이 찍히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경남고, 서울대를 거쳐 6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부산·광주지검에서 검사로 재직했고 대구고검 검사장을 지냈다.

알려지는 바에 의하면 72년 유신헌법(維新憲法) 제정에 큰 역할을 했다.

70년대 공안검찰로 활동하면서 故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당시 범인으로 체포돼 묵비권을 행사하던 문세광을 하루만에 설득할 정도로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故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직을 맴돌았다. 노태우 정부에서 중앙에 복귀해 91년 5월~92년 10월 법무장관으로 재임했다.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직후 터진 사건이 "우리가 남이가(남이냐)"로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이다.

국민통일당 도청 내용에 의하면 김 전 비서실장은 92년 12월 11일 부산 소재 음식점인 초원복집에서 김영환 부산시장 등 기관장 9명을 소집했다. 지역감정을 이용한 대선 승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은 이 사건에 적용된 '대통령선거법 제36조 1항(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선거운동)에 대해 위헌법률심 제청 신청을 했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검찰은 공소를 취하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96년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돼 이후 3선 의원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심판 청구인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8월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2014년 4월 '박 대통령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의혹이 터지자 비선실세 존재를 강하게 부정했다. "맹세코 비선라인은 없다"고 했지만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거짓말을 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순실 사태가 대통령 탄핵 사태로까지 이어지면서 정부 핵심요직에 있었던 김 전 비서실장에게도 시선이 쏠렸다. 급기야 그가 최 씨 일가와 '30년 인연'을 맺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장에 따르면 김 전 비서실장은 87년 육영재단 분규 사태 당시 최 씨의 부친 최태민 씨를 만나기 위해 재단을 수 차례 방문했다. 그 때 재단 직원들은 최 씨 일가 전횡에 반발해 분규를 일으켰다.

그 직원들 중 한 명인 A씨는 최근 증언에서 "김 전 비서실장이 어느날 육영재단을 찾아 구사대(최태민 씨 측)를 만나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최태민 일가를 돌봐줬다는 건 당시 직원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전 비서실장은 "재단을 방문한 적은 절대 없다. 최태민이라는 사람은 소문만 들었을 뿐 직접 접촉한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23일 "최 씨에 이은 또 한 명의 박대통령 '사부'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순실을 내게 소개한 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라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증언을 근거로 이 같이 주장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핵심에 김기춘이라는 사람도 암약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전 비서실장이 최 씨 단골로 알려진 차움병원에 VIP고객으로 등록됐다는 소문도 야당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사태에 휘말리면서 경제적으로도 곤혹에 처하게 됐다. 농심 측은 24일 "김 전 비서실장과의 법률고문직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비서실장은 12월 7일 최순실, 차은택, 고영태, 안종범, 우병우,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최순득, 장시호, 정유라 씨 등과 함께 국회 국정조사 특위 증인대에 설 예정이다.

이미 치열한 생존 싸움에 돌입한 이들 간 어떤 '폭로'와 '배신'이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갈 지 주목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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