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돋보기] 인기 스포츠스타, 약물파동으로 쓴 최후맞아

지금 미국은 '미첼보고서'로 전국이 시끄럽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물복용 실태를 고발한 이번 보고서로 인해 지난 10여 년간의 리그 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화끈한 홈런포로 인기를 얻은 바 있는 호세 칸세코가 몇 년 전 자서전을 통해 여러 명의 약물복용 선수를 밝힐 때만해도 많은 이들은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라 여겼다.

여기에 올 시즌 배리 본즈의 역대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 갱신에도 약물복용 의혹이 일었지만 가십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그에 비해 차원이 틀리다.

이번 보고서는 미 상원의원인 조지 미첼을 중심으로 20개월간 조사 끝에 무려 88명의 약물복용 선수를 밝혀냈다. 선수협회의 강한 반대와 선수들의 인터뷰 거부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결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본다면, 약물복용 선수는 보고서에 명시된 숫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리그 최고의 스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배리 본즈를 비롯해 사이영상(시즌 최고 투수에게 주는 상)을 무려 7번이나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유격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한 미겔 테하다, 힘과 정교함을 두루 갖추고 있고 국내 팬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개리 셰필드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로저 클레멘스는 그가 두각을 나타냈던 토론토 시절부터 약물의 힘을 빌린 것으로 드러나 “약물이 없었으면 그저 평범한 투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7번의 사이영상 수상을 모두 취소하고 차점자에게 돌려야 한다던지, 아예 그의 모든 기록을 무효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4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젊은 투수 못지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 역시 약물의 힘이라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포수로서 한 시즌 첫 40홈런을 기록한 토드 헌들리는 이후 여러 팀을 전전하며 평균 이하의 선수로 전락했고, LA 다저스에서 평범한 유망주로 있다가 2003년 55세이브를 거두며 사이영상까지 거머쥔 에릭 가니에 역시 약물검사가 철저한 보스턴으로 이적한 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비록 당사자들은 침묵과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약물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예는 이 외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약물파동은 비단 메이저리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선수공급선 역할을 하는 중남미에서는 금지약물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미주 출신 선수들이 용병으로 활약하는 우리나라 야구의 경우도 약품파동의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른다. 따라서 이번 '미첼보고서' 파동을 계기로 야구뿐만 아니라 전 스포츠계에서도 약물복용 및 예방에 적극 대처하는 방법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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