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에 하나가 완전히 죽는 것보다 둘이 다 사는 게 더 현명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BBK 정국이 다시 돌아왔다. 26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주가 조작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한 'BBK 특검법' 공포안을 원안대로 의결 했다.

정치권의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괴이하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새 정부 출범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BBK 특검'이라는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BBK 특검의 기간은 최장 75일로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 이전이나 돼야 결론이 날 판이다. 조사 내용은 BBK 주가 조작 및 횡령 혐의, 다스 및 도곡동 차명소유 의혹 등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직접 조사대상이 되는 것들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특검 수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주장이고 한나라당은 특검조사에서도 새로운 사실이 없을 경우 신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역공을 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서 특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BBK 특검은 대통령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관심도 많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밝히지 못한 것을 특검이 짧은 기간에 속 시원하게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설령 혐의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당선자를 실제로 처벌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특검은 특검 그 자체보다도 결과가 아주 중요하다.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이 정치적 타격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무협의가 다시 확인 될 경우 신당은 총선에서 엄청난 '역풍'에 시달려야만 할 것이다. 아마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손을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만일 이 당선자에게 협의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경우는 그렇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양쪽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알다시피 지난 대선에서 BBK는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김경준의 귀국으로 나라 안이 떠들썩했다. 심지어는 '기획입국'이라는 말도 나놨다. 검찰은 지금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당과 한나라당 모두 BBK에 운명을 걸었고 결과는 한나라당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신당 등 범여권은 BBK로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키려 했고 한나라당은 조마조마했었다.

범여권이 아무리 BBK를 물고 늘어졌어도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 BBK 문제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BBK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특검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다시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중요한 것은 BBK 특검이 어느 한 쪽에 상처를 준다는 점이다. 상처도 보통 상처가 아닌 재기 불능의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BBK에 운명을 걸어서는 안된다.

신당과 한나라당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BBK 특검'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둘 중에 하나가 완전히 죽는 것보다 둘이 다 사는 게 더 현명하다는 얘기다. 물론 어느 쪽이 이긴다는 확신이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도 되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서로에게 부담만 될 뿐이다. 지금 BBK를 들먹거리는 것보다 BBK는 이제 접어두고 총선에 올인하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