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국민의 사법 체계 전체에 대한 신뢰 현저히 추락"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140억원대 횡령 배임과 현직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억대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13일 “정씨의 행동으로 사법권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사법신뢰가 현저히 추락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정 전 대표가 재판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2억원이 선고됐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4년 정 전 대표 소유의 고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사실상 무상으로 인수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매매했다고 주장했지만, 정 전 대표가 차량 매각 대금인 5000만원을 되돌려줘 사실상 공짜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또한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다녀온 베트남 여행 경비, 부의금 명목 400만~500만원 등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면서도 네이처리퍼블릭이 피해자인 항소심 재판 3건에 대해 회피나 재배당 신청을 하지 않은 경위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호 게이트’는 100억원 대 원정도박으로 구속 재판을 받던 정 전 대표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에게 보석을 대가로 수십억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보석 결정을 받지 못하자 수임료 반환 문제로 정 대표가 최씨를 서울구치소에서 폭행하자 경찰에 고소하는 과정에서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폭로전이 이어져 정 대표의 정·관계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정운호 게이트'로 확대됐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는 현직 부장판사와 검찰 수사관에게 총 4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며 "금품 등을 건네는 과정에서 마치 정상거래인 것처럼 외관을 만들기도 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범정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 전 대표는 해외 도박으로 지게 된 막대한 도박 빚의 변제 독촉을 받자 법인과 개인 재산을 구분하지 못하고, 회사 자금을 마치 개인 재산처럼 사용했다"며 "횡령·배임 범행의 규모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범행 경위에 있어 비난받을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2월 사이 네이처리퍼블릭 자금 18억원과 자회사 에스케이월드 자금 90억 원 등 회삿돈 108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2010년 12월 자회사인 세계홀딩스 자금 35억 원을 L호텔에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자 이 호텔이 변제 명목으로 제공한 호텔 2개 층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넘겨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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