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프로그래머 김진경씨

[투데이코리아=김문경 기자] “돈이요? 앞으로 벌면 되죠. 지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돈 주고 못 사자나요.”

지난해 12월 김진경(34·남)씨는 4년 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앱(application)개발 프로그래머였던 그는 주말에도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업무를 보는 등 열심히 일했다. 일상과 업무가 뒤섞인 나날이었다.

연봉도 남부럽지 않던 그가 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다. 결혼 4년차에 접어들었고, 슬하(膝下)에 18개월 된 딸이 있는 김씨는 가족과 보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김씨의 통근 시간은 평균 1시간 반. 출근 귀가를 합치면 3시간이 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고 퇴근하면 늦은 시간 귀가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 얼굴 한 번 마주하기 힘들었다.

김씨의 부인 박혜령(34)씨는 집에서 도보로 5분여 떨어진 곳에 베이글(빵)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 부족에 고민하고 있을 때, 부인 박씨와 함께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선택을 했다.

이견도 많았다. 전문성을 가진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는 게 맞는 건지, 맞벌이로 따로 벌어야 더 많이 벌고 결국 나중에 더 행복할 거 아니냐는등 반대도 적지 않았다.

하나, 아이와 함께 시간 보내기가 최우선이었다. 첫돌까지는 엄마를 많이 찾지 않아 박씨의 어머니가 ‘돌보미’를 자처하여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첫돌이 넘어가니 엄마를 계속 찾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는 “이제 남편이 가게를 보는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말 마음이 편하다”며 기뻐했다.

현재 김씨는 빵 반죽부터 굽고 판매하는 일까지 열심히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만 만지고 놀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장학생이었고 졸업 후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김씨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김씨는 “정말 힘들다. 그래도 컴퓨터 앞에 있을 때는 행복하다고 느낀 적 없었는데, 지금은 일하며 아이도 자주 볼 수 있으니 정말 매순간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현재, 청년실업률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며 10%에 육박했다. '대한민국=취업지옥'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다. 소위 ‘헬조선’ 대학생들은 누구를 위해 일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원하는 회사 채용 요건에 맞춰 자격증을 따는 등 보낸다.

하지만, 김씨는 “인생은 결승점이 하나인 마라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 그렇지 않다. 결승점은 인간 수만큼 있다. 실패해도 좋고 돌아가도 좋으니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고 말하며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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