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명 생계 달린 광주전남 토종기업 지역경제 지키기 위해 투쟁 천명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까지 가세해 중국기업에 넘어가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광주 전남에 연고를 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금호타이어의 중국기업으로 매각에 대해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이 문제는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대우건설 인수 실패로 경영권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넘어갔다. 박 회장은 사재 출연을 통해 우선 매수청구권을 확보했지만 매수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박 회장이 우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가 꾸린 컨소시엄에 넘어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 등 야당은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인수되면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뒤 기술만 빼앗기고 버려진 쌍용자동차의 재판이 돼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군용차량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금호타이어의 특성도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며 "국내 공장의 고용유지가 매각의 조건이 돼야한다.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광주 전남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의 마음은 착잡하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3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라며 "3800명 노동자의 삶을 지켜야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경제도 지켜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매각의 우선 원칙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공장이 떠나거나 규모를 줄이면 안 된다.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현 전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매각 기준에는 정량적 평가뿐만 아니라 정성적 평가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장기고용보장, 연구 및 설비투자,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 우선매수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가 적정하다고 보기 힘들다"며 "방산업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평가기준과 절차상 하자를 감안할 때, 재입찰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재입찰에서도 '고용보장 및 투자 의향정도'와 같은 정성적 평가를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중앙정부·지방정부가 투자하는 반관반민펀드 형태의 '광주시경제재생기구'(가칭)를 설립해 인수한 후 적정 매수자가 나타날 때 매각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더블스타 선정에 대해 "기업 규모와 기술 수준이 금호타이어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점, 현재 노동자의 고용보장이 단 2년에 그치고 있다는 점, 매각을 위한 컨소시엄에 들어온 자금이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됐다는 점 등에서 주요 기술을 획득한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매각한다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금호타이어는 국내유일의 항공기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방산업체로 해외기업에 매각될 경우 방산기술과 상표권이 유출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지역경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금호타이어 문제를 시금석으로 삼아 지역경제재생에 대한 상생의 모형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도 매각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박 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19일 "광주·전남 토종기업인 금호타이어의 불공정한 매각 추진에 대해 우리 국민의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이날 오후 특별 성명서를 통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금호타이어 매각 추진은 광주전남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지역경제 및 국민경제는 물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또 "금호타이어는 광주전남 발전에 기여해 온 광주전남의 자존심이고 기둥 기업"이라며 "금호타이어에는 각 공장에 4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협력업체 등을 포함하면 가족 2만여명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대표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극심한 이 때에 정작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박삼구 개인에게는 콘소시엄 구성을 허락지 않고 중국 더블스타에게만 콘소시엄 구성 등의 특혜를 주어 방산 기술과 상표권 등을 고스란히 유출시킬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박삼구 개인에게도 매각 우선권자로서 매각 관련 정보는 물론 같은 조건 즉, 콘소시엄을 구성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아울러 "국민의당은 국회 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원회를 소집해서 산업은행 매각 추진과정의 불공정 행위를 따지고 시정을 촉구할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우리의 기업을 보호하고 노동자의 고용승계 등 지역 경제, 국민경제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은 채권단에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를 요청하고 있다. 6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더블스타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채권단과 맺은 약정서상 제3자 양도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자체 해석에 따른 것이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 약정에 따라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은 있지만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권리는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금호그룹은 우선매수권자의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 사전 서명이 없으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약정서 내용을 주주협의회 동의를 얻으면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도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정치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큰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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