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유해물질 검출 됐지만 건강에 미치는 정도 추가연구 필요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국내에서 판매량이 높은 생리대에서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 용품 토론회'에서 김만구 녹색미래 공동대표 겸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생리대 11개 제품에서 모두 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방출됐고, 발암성 독성물질도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생리대가 여성의 생식기와 맞닿아 사용되는 제품인 만큼 위해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 속에 생리대와 원료나 성분이 비슷한 영유아 일회용 기저귀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저귀와 생리대의 재질이나 성분이 비슷한 만큼 생리대에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면 기저귀도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은 스스로 해독하고 배설해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인에게 안전한 양의 화학물질이라도 아이들의 피해는 더욱 크다.

이번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을 접한 여성 소비자들은 아기 기저귀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 신생아 때부터 약 3여년을 매일 기저귀를 차고 있는 만큼 생리대 뿐 아니라 기저귀에 대한 안전 실험도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위생용품관리법이 통과되면 기저귀도 물티슈, 생리대와 함께 식약처가 관리하고 동일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실험결과가 나오고 여성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자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2일 생리대(월경용품) 검출시험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여성환경연대 고금숙 환경건강팀팀장은 "여성건강을 위한 월경용품 토론회’ 기사가 나가고 난 후 많은 전화와 문의를 받았다"면서 "그 만큼 생리대에 대해 궁금하셨던 점도 많았고, 생리통, 자궁내막증, 유산 등으로 홀로 아파해야 했던 많은 분들이 계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유해물질 검출시험으로 불안과 우려를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미흡하겠지만 이에 대해 여성환경연대의 입장을 전한다"고 밝혔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생리대에서 미량의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과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유해성이 있다는 자체로 실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위험한지는(위해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조사는 생리대를 통한 유해물질의 노출경로나 피부흡수 정도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같은 유해물질이라고 해도 경구 독성, 호흡기 독성 등에 따라 위해성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물질은 유해성이 높아도 노출되지 않거나 미량일 경우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해도 건강 문제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생리통, 자궁내막증 등의 생식건강 문제나 조산, 유산 등을 겪는 원인은 사람마다 원인이 제각각 다르고 그 원인도 다양하다.

고 팀장은 또 "여성들이 장기간 사용하는 생리대 유해물질의 노출경로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0여년 전 제정되었던 포름알데히드 규제를 넘어 이제 다른 유해물질 관리가 필요하고 그 기준을 마련하라고 관련기관에 제안 드리고 싶었다. 또한 기준이 마련되기까지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관련 기업들에게 자발적인 관리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고 연구동기를 밝혔다.

여성환경연대는 브랜드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시간과 비용 문제로 전체가 아닌 일부 제품만 선정해 조사한 점, △현 시점에 유해물질 법적 기준이 없다는 점, △미국P&G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 검출 수준보다 국내 생리대 검출 수준이 훨씬 양호했다는 점, △검출시험의 목표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이 아니라 생리대의 유해물질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 및 제도 마련과 개선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 단체는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아서 불안해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생리대를 사용 할지 제안했다.

*피해야 할 생리대

1. 향료가 들어있는 제품을 피한다.

조사 결과 향료가 첨가된 생리대에서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 인공 향에는 알레르기 유발성분, 생식독성 성분, 발암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2. 방수층(필름)이 들어있는 면 생리대의 경우 삶아서 사용한다.

면 생리대에서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 그러나 빨아서 재사용하는 면 생리대의 특성에 따라 한번 삶아서 빨았을 경우 이 유해물질이 99% 제거되었다.

3.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거나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

편리하고 깨끗해서 월경 중이 아니라도 팬티라이너를 종종 사용하는데 팬티라이너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 생리대를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팬티라이너 사용을 줄이거나 면 생리대를 사용 할 것을 권한다.

4.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되는 브랜드의 제품은 즉시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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