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서류제출 사용자 불만만 가중되고 대포통장등 방지는 별로


▲ 국내 주요 제 1 금융권 로고, 이미지 제작 = 이두경 기자


[투데이코리아=이두경 기자] 보이스피싱 금융피해 방지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금융거래목적확인서 제출 제도'가 소비자에게 불편만 끼칠 뿐 형식적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이 제도가 금융거래 횟수를 감소시켜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됐던 통장개설은 복잡한 서류를 준비해야 가능한 그야말로 ‘번거러운 일’이 됐다. 금융소비자들은 은행에 전화하거나 방문하고 나서야 정확히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돼 때로는 통장 하나 개설하려고 은행을 재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장개설 전에 전화로 확인해서 준비해야 할 증빙서류에 관해 은행에 문의하면 답도 시원치 않고 각 은행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정보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없다. 한 은행 콜센터 관계자는 “전화를 통한 구두 상으로 제출 서류에 대해 뚜렷이 제시가 어렵다. 은행을 방문해서 각 은행원의 재량에 따른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우리은행 ‘한도제한계좌’ 증빙자료 제출 형식적?
우리은행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도제한계좌’를 증빙서류 없이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등본에 기재돼 있는 주소와 통장개설 지점 주소가 같은 ‘동’이면 된다. 이는 거주지역에서만 증빙서류 없이 통장을 개설해준다는 의도가 깔려있는데, 실거주지와 등본상 주소지가 다른 경우에는 큰 의미가 없는 조치다.

즉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주민의 경우 실제 사는 지역이 아닌 이전에 살던 지역을 찾아가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 우리은행 측에서 말하는 실거주지와 등본상의 주소와 일치한다는 조건 하에서 증빙서류가 없어도 통장을 개설해준다는 조치는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 말에 따르면 “사는 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대포통장 사기가 현저히 많이 벌어진다는 간주 하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실거주지와 상관없이 증빙서류가 없는 채로 통장개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 측의 조치가 형식적이기만 하다는 것은 극명한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현 우리은행 측에 기록하고 있는 직장주소와 같은 동 지점에서 개설하면 되는데 직장명함을 제출하면 은행원이 재직을 증명하는 방식이다. 결국 한도제한계좌도 등본 혹은 명함과 같은 증빙자료가 있어야 한다.

한 서울 강남구 우리은행 행원은 “지점과 같은 ‘구’가 아닌 ‘동’에 살고 있다고 증명하는 등본이나 직장 명함을 갖고 오면 재직증명은 당행에서 직접 한다. 그러나 과거 우리은행 거래한 적이 없으면 통장개설이 힘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행원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아무런 제출 서류 없이 통장 만들기는 어려운 셈이다. 이 또한 ‘한도제한계좌’가 별도 증빙 서류 제출없이 통장개설이 가능하다는 금융당국과의 의도와 다르다.

이 같은 제출서류가 있다는 우리은행 관계자가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우리은행 관계자는 말을 달리 했다. 이 관계자는 “한도제한계좌는 금융거래목적증빙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도입한 계좌”라고 밝혔다.

반면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거래 한도계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누구나 발급할 수 있는 계좌”라며 “신분증만 있으면 증빙서류 없이 발급된다”라고 밝혔다.


▲ 기업은행의 통장개설 증빙서류 안내

- 누리꾼 “은행에서 (통장개설) 퇴짜 맞지 않으려면…”
농협은행에서도 한도제한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농협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1달 이내에 통장개설을 한 내역이 없으면 한도제한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라는 조건 하에서도 과거 농협 거래가 없으면 통장개설이 불가하다. 반면 하나은행은 과거 거래가 없어도 한도계좌 발급이 가능하다.

무직자가 금전적 지원을 받는 목적으로 통장개설은 가능하냐는 질문에 농협 관계자는 “그런 경우 개설이 힘들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직자가 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거짓 사유를 말해야 한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은행에서 퇴짜 맞지 않고 가장 간단하게 통장 개설하는 방법은? 집에 있는 '아파트관리비 고지서'를 갖고 은행을 방문하면 입출금통장을 가장 손쉽게 개설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이는 각각의 실질적인 통장개설 사유와는 전혀 무관하게 단지 ‘형식’적인 통장개설 방법에 대해 다른 누리꾼들에게 조언하고 있는 듯 한 모습이다.

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은 한도제한계좌에 필요한 조건을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해 2015년 3월부터 신규 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 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금융거래목적확인서 제출 제도'를 실시했다. 한도제한계좌는 하루 100만원까지만 이체 및 인출이 가능한 소액거래 위주 통장으로, 까다로워진 통장개설 절차 탓에 불편을 호소하던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목적으로 지난해 초께 부터 금융감독원이 실시했다.

- 신규통장 개설 수 변화? 금융권 “공개 어려워”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거래목적확인서 제출 제도' 실시가 금융소비자들의 금융거래 횟수에 어떤 영향을 줬을지 파악하는 것은 모호하다. '금융거래목적확인서 제출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한 2015년 전후로 신규 통장 개설수의 변화에 대한 금융권의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관련부서가 바쁘다”며 답을 주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의 신규 통장 개설 수 현황 요구에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장 개설 수 추이 통계를 낸 자료는 없다”고 대답했다.

우리은행 관계자 또한 “통장 개설 수 변화 추이에 대한 통계를 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관부서가 공개하기를 꺼려하고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는 게 맞다는 것이 당행 입장이다”라고 대답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 없이 외부반출이 가능한 계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 기업, 신한은행은 답을 하지 않았다.

- 대포통장 없애려다 오히려 키우는 조치?
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사람들이 주로 써왔던 자식·가족 명의의 차명계좌가 대포통장으로 대체돼, “대포통장을 없애려다 반대로 키우는 조치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대포통장이 이용된 사례 중 재산은닉 목적의 경우가 있었는지 각 은행 측에 물었지만 재산은닉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대포통장 피해사례에 대해서는 경찰이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국민은행 측은 제 3자로서 피해사례에 대한 파악이 어렵지는 않으나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대답했다. 또 하나은행 관계자는 재산은닉 목적의 통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대포통장은 물품사기, 도박, 조건만남, 환치기 등 범죄에 악용된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 기업, 신한은행은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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