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우리는 늘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지만 그것을 얻게 되는 것은 일생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그래서 영화는 늘 그 불가능성을 짚어내고 결핍을 판타지로 치환해 관객들을 유혹한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왔으면”하고 바라면서 관객들은 영화관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 30일 CGV 왕십리점에서 봄을 배경으로 치유의 메시지와 김남길·천우희 커플의 케미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어느날>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 영화가 택한 판타지는 나만 볼 수 있는 친구 같은 ‘영혼’을 만나는 것이다.

보험회사 조사관인 강수(김남길 분)는 이제 막 아내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아내의 장례가 있은 후 업무에 복귀한 그는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천우희 분)의 사건을 맡게 된다. 사고 직후 영혼이 된 미소는 왜 자신이 영혼이 됐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 그녀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강수 뿐. 드디어 자신을 보고 함께 말할 수 있는 미소는 마냥 기쁘다. 시각장애인이었지만 영혼이 된 후에는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미소는 강수와 함께 봄나들이를 떠난다. 마치 연인처럼. 이 둘의 로맨스가 과연 이뤄질까를 지켜보는 것은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하지만 영화는 마냥 즐겁지는 않다. 강수와 미소의 상처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먹먹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초반과는 달리 ‘힘든 연기’의 대명사인 천우희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한다. 그 어떤 캐릭터 때보다 절제되고 차분한 연기를 보여준 김남길 역시 어느 한 부분에서는 감정을 폭발시킨다.

영화 <어느날>은 로맨틱 판타지 장르이지만 그 주제만큼은 매우 무겁다. 죽음, 존엄, 권리 등 인간성 혹은 인간애에 관해 얘기한다. 그렇지만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윤기 감독의 연출 스타일 덕에 신파로 치닫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따뜻한 영화다. 그래서 동화 같은 느낌도 든다. 결말에 가서 강수와 미소가 각각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기준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다소 모호할 수도 있는 마지막 장면에는 ‘남겨진 사람’과 ‘떠나는 사람’ 모두를 배려하는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시사 후 열린 간담회에서 천우희는 강수와 미소가 서로 알아볼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수와 미소는 서로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이 같다는 것을 운명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윤기 감독은 “영혼이 되고 영혼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일생에 한 번 올 수 있을까 말까하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두 사람이 신비한 ‘공감’을 경험하게 되면서 위안을 얻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어 이 감독은 “어느 날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이 될 수 있다”며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는 어느 날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봄날의 따스함을 머금고 상처 받은 누군가에게 특별한 어느 날을 선사할 영화 <어느날>은 다음달 5일 개봉한다.

<사진=언니네홍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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